“폭탄이 떨어지는 것 같은 폭발음이 들리더니 검붉은 불기둥이 치솟았어요. 공장에 사람도 많을 텐데 큰일 났다 싶었습니다.”
24일 전남 광양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은 엄청난 폭발음과 진동을 느끼고 철제 파편이 여기저기로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제철소에서 500여m 떨어진 부두에 있던 주민 오희동(41)씨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진동이 느껴졌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최초 폭발이 있은 뒤 주변에 있던 30여명이 모두 놀라 소리를 지를 정도로 큰 폭발이 한 차례 더 일어났다고 말했다.
두 번째 폭발 뒤에는 옆 공장으로 불이 번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오씨는 “우리 쪽으로는 불길이 번지거나 파편이 튀지는 않았지만, 이순신대교 너머로 불길과 연기가 보여 운전자들이 위험해보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순신대교에는 1m 크기의 쇳조각이 날아가 떨어지면서 다리 난간이 찌그러지고 도로가 움푹 파이는 등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이순신대교를 지나던 운전자 김모(45)씨는 “이순신대교를 막 진입하자마자 ‘펑’하는 굉음이 크게 울려퍼지며 연기가 솟구쳤다. 철제 파편이 이곳저곳으로 튀며 대교를 건너던 차량들이 일제히 서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에 대교를 건너던 또다른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에도 폭발 당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영상에서는 대교 왼편의 제철소 쪽에서 큼직한 파편이 미사일이 솟구쳐 오르듯 수십여m를 튀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후 연기 형태로 궤적을 남기며 파편은 대교 쪽으로 떨어졌다.
큰 파편이 튀어오른 뒤 곧바로 제철소 쪽에서는 새빨간 화염이 치솟고 폭발음과 함께 버섯 모양의 연기가 하늘로 높게 뻗었다. 최초 폭발이 있었던 곳에서는 검붉은 불길이 거세게 일었고, 대교 위로 떨어진 파편을 비롯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자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이순신대교는 약 40분간 일시적으로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이 폭발은 제철소 인근 주택가에도 생생히 전달됐다. 주부 김모(44)씨는 “집에서 ‘펑’하는 큰 소리에 놀라 뛰쳐나가보니 제철소 방면에서 검은 연기가 거대하게 치솟았다. 보자마자 큰 사고라는 게 직감이 될 정도로 폭발음이나 규모가 상당했다”고 당시 심각했던 상황을 전했다.
폭발에 따른 굉음과 진동은 4㎞ 이상 떨어진 광양시청까지도 울렸다. 또 바다 건너 광양항 배후단지 등에서도 폭발과 화재현장이 목격됐다.
이날 폭발은 오후 1시14분쯤 광양제철소 내 한 공장 폐열 발전설비에서 처음 발생한 뒤 5분 차이를 두고 한 차례 더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공장직원 A씨(54) 등 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화재 직후 포스코 측은 자체 소방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장비 펌프차 등 27대와 소방대원 173명 등 207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여 20여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날 사고는 가동을 하지 않는 폐열 발전기를 시험하던 중 갑자기 폭발이 발생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소방당국은 유류 배관 시설에서 기름이 유출됐는지 등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