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지방침에도 외고 경쟁률은 오히려 올라갔다…정시확대 여파 탓?

입력 2019-12-24 17:44

정부의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 일괄 폐지 방침 발표에소 2020학년도 외국어고의 경쟁률은 오히려 상승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시 확대 등 입시제도 불안과 이에 따른 정책 신뢰도 하락이 안정적인 대입 성과와 면학분위기를 가진 학교들의 선호도를 높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한 2020학년도 전국 30개 외고 경쟁률은 1.38대 1이었다. 모집정원 5867명에 8021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는 5917명 모집에 8066명이 지원해 1.36대 1이었다. 경쟁률 변화가 현격하게 나타나진 않지만, 학생 수 감소 폭을 고려하면 외고 선호도는 상승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중학교 3학년 수는 지난해 46만7187명에서 올해 44만8125명으로 1만9062명(4.1%) 감소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의 미추홀외고로 집계됐다. 192명 모집에 416명이 지원해 2.17대 1을 나타냈다. 지난해 1.66대 1보다 경쟁률이 상승했다. 서울에서는 대일외고가 1.75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서울외고는 지난해 0.82대 1로 미달이었지만 올해는 1.23대 1로 반등했다. 경기도 과천외고와 김포외고는 지난해 미달이었지만 올해는 각각 1.09대 1, 1.07대 1을 나타냈다.


외고의 선호도가 하락하지 않은 건 대입 정책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16개 서울 지역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을 2023학년도 대입까지 4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수시모집에서 뽑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실질 정시비율은 45% 안팎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3도 ‘정시 40%룰’의 영향을 받는다. 면학분위기가 좋고 우수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보이는 외고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책 신뢰도 추락도 원인으로 꼽힌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지 않고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하는 단계적 전환 방침을 유지해왔다. 정시 확대도 ‘불가’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고 입시 제도가 도마에 오르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고, 정시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고입과 대입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버린 것이다. 정책 신뢰도가 바닥이어서 현장이 정책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고 경쟁률 유지는 외국어 분야를 실질적으로 공부하려는 수요를 반영한다는 주장도 있다. 외고 지원자는 올해 8021명으로 중3 학생 수 대비 1.78%였다. 입시 정책과 무관하게 외고 지원자는 매년 8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외고·국제고는 외국 경험이 있는 학생이나 이 분야를 실질적으로 공부하려는 학생일 수 있다. 일괄 폐지 뒤 이런 실질 수요를 일반고에서 흡수할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