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생명 살리고 떠난 ‘여섯 살 천사’… 성탄 전야 큰 감동

입력 2019-12-24 16:42 수정 2019-12-24 17:40
장선일군 가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꼬마 천사의 고귀한 생명나눔 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 여섯 살 아이가 장기 기증으로 또래 어린이 2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삶의 끝에서 행한 아이 가족의 숭고한 결정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2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에 사는 장선일군은 지난달 4일 심장과 간을 기증해 어린이 환자 2명을 살리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장군의 가족은 장기 기증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언론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가 장례후 아들의 선행을 알리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장군은 지난달 1일 친구 집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 3층에서 떨어졌고 아주대병원 응급외상센터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으나 뇌사 상태에 빠졌다.

담당 의사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말을 들은 부모는 “119가 5분 만에 도착했고, 사고 후 병원까지 30분 안에 도착한 것도 기적 같은 일인데 기증을 할 수 있도록 선일이의 몸이 견뎌준 것이 하늘의 뜻이고 또 선일이의 뜻”이라며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장군은 장카소, 장화백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고 곤충과 나무 등 자연을 좋아한 꿈 많은 소년이었다.

장군의 부모는 “아들이 뇌사상태가 되었지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이기에 다른 누군가의 몸에서라도 살아 숨쉬고, 그 몸이 커서 나라를 위해 큰 일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장군의 아버지는 “몇 년 동안 아픈 몸으로 이식을 기다리다 결국 이식도 못 받아 보고 매일 5명 넘게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다고 들었다”면서 “정부와 사회지도층들이 생명을 살리는 장기 기증에 좀 더 관심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들이 누군가를 살리고 떠나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능력이 된다면 난치병과 불치병을 돕는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6살 천사가 다른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에 갈 수 있도록 결심해주신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선일이가 꿈꾸던 많은 일들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모두 다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