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모텔에 불을 질러 33명의 사상자를 낸 방화범이 구속됐다.
광주지법 이차웅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모텔 객실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39)씨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광주 북부경찰서를 나선 김씨는 패딩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모두 가린 채 취재진 앞에 등장했다. 김씨는 ‘불을 지른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씨는 지난 22일 오전 5시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한 모텔 3층 객실에서 베개에 불을 지르고, 화장지와 이불을 덮어 불을 키운 혐의를 받는다.
김씨가 지른 불로 3명의 투숙객이 사망했고 7명이 중상, 23명이 경상을 입었다. 중상자 중 생명이 위중했던 환자는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객실에 놓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건물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연기에 질식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불을 붙였다. 처음에는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후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와 이불을 덮었다”며 “무서워 방 밖으로 나왔다가 가방을 가지러 방에 다시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나를 위협한다” “저 여자 좀 눈앞에서 치워달라” “4명이 나를 따라다닌다” 등 횡설수설하고 있다.
김씨의 공식적인 정신병력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경찰은 정신이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