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또 한중일 3국이 공조를 강화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4일 1면 톱기사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이 만나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회담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이어 바로 아래에는 시 주석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내용을 비슷한 크기로 소개했다. 시 주석과 악수하는 아베 총리는 웃지 않고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인민일보는 2면에 문 대통령이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인민일보 해외판도 1면 머릿기사로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자”는 시 주석의 발언을 제목으로 뽑아 양 정상의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 기사 아래에는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회담 내용이 배치됐다.
이는 시 주석이 문 대통령이 회담 및 오찬 회동을 한데 아베 총리와는 만찬을 했기 때문에 시간 순서대로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중앙(CC)TV는 이날 오전 7시 주요 뉴스에서 헤드라인으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을 보도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국제정치학자들의 분석은 인용해 “미국은 한중일이 너무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중일 3국의 공조 강화를 촉구했다.
신문은 “한중일이 협력를 강화하면 3국 각자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존중을 받는 지렛대를 얻게 돼 대미 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며 “3국 공조 강화는 미국의 압박을 견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한중일 3국이 공조해서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논평에서 “지난 몇 년간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간섭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3국 간의 정치적 신뢰 강화는 각국의 핵심 이익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미국은 3국간 대화를 방해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국은 사드(THAAD) 배치로 한중 관계를 악화시켰다”면서 “만약 3국 간 연대를 강화하면 미국 인사들은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4일 외교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인민일보 CCTV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이 실질적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위원은 “미국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공동 인식을 실현할 실제적인 조치를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며 “평화의 창에 다시 변수가 생겼으며, 대화의 기회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