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안철수 측, ‘돌아올 길 열어달라’ 먼저 제안했다”

입력 2019-12-24 15:19
뉴시스

손학규(사진)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신이 최근 ‘안철수 전 대표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올 수 있는 길을 먼저 열어달라”는 안 전 대표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24일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전 대표 측에서 한 달 전쯤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측 인사는 “안 전 대표는 돌아올 생각이 있다. 그러나 유승민 전 대표와 같이할 생각은 없다. 안 전 대표는 보수 안 한다. 국민의당의 후신인 바른미래당에 애정이 깊다. 손 대표께서 안 전 대표가 올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제안했다.

손 대표는 “그 얘기를 듣고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주겠다’고 했다”면서 “그러자 (안 전 대표 측 인사가) ‘그 얘기를 먼저 (공식적으로) 해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그건 안 된다고 했다. 유 전 대표가 안 전 대표 만나러 우주까지 가겠다고 했는데 구애 경쟁처럼 돼서는 안 되니 ‘내가 조용히 미국에 가서 만나겠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미국에 가겠다는 자신의 제안에도 안 전 대표 측의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안 전 대표 측 의원들에게 나와 만나자고 해라. 안 전 대표가 돌아온 뒤 어떻게 할 건지 내게 물어보면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는 답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게 손 대표의 주장이다.

손 대표는 결국 지난 15일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만났고, 그 자리에서 ‘안 전 대표 요구대로 다 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돌아오겠다. 역할을 달라’고 얘기를 하면 내가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해주겠다는 뜻”이라며 “그런데 이 양반들(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손학규 사퇴해라. 비대위 체제 꾸려라’, 이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발도 내가 설득을 하고 같이 이겨나가자는 것이다. 모든 게 완전히 끝난 다음에 레드카펫 깔고 꽃가마 타고 들어올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에게) 한동안 정치에서 빠져 있으라고 조언한 것도 나였다”면서 “이제 돌아올 때가 됐고, 본인도 돌아올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이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기간에 안 전 대표가 와서 본인의 뜻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문재인정부에 대한 심판’ 한쪽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거부’ 한쪽으로 해서 그 중간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새로운 제3지대를 열어야 하는데, 그 바탕이 바른미래당”이라며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통해 제3지대를 열어나갔다.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안철수 현상은 잠재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소한 내년 정월 그전에는 와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