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도중 “화장실 좀…” 주호영은 기저귀 차고 4시간 발언

입력 2019-12-24 14:47 수정 2019-12-24 15:55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관한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이틀째 진행되면서 마냥 웃기만은 힘든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다.

몇 시간씩 토론을 진행하는 의원들에게 가장 힘든 문제는 ‘생리적 현상’이다. 두 번째 필리버스터 타자로 오전 1시50분쯤부터 4시간 31분간 ‘찬성 토론’을 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언 도중 문희상 국회의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에서 두번째 주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토론을 마친 뒤 동료 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가 “지난번에는 잠깐 화장실을 허락해줬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어떠냐. 시간을 끌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자 문 의장은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을 못해봤다”며 의사국장과 상의를 거쳐 3분을 허락했다. 김 의원은 화장실을 다녀와 토론을 계속했다.

다음 순서로 토론에 나선 권성동 한국당 의원도 ‘자연의 법칙’은 피하지 못했다. 그 역시 발언 도중 문 의장 대신 회의를 진행하는 주승용 국회 부의장에게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고 요청했다. 주 부의장은 처음에는 “(다음 차례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에게 예측 가능한 시간을 드려야 하는데 화장실을 보내드리는 것은…”이라며 난감해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김종민 의원도 다녀왔다”고 하자 “빨리 다녀오시라”며 시간을 내줬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거법 개정 반대 토론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버스터 첫 타자였던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발언 시간이 길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기저귀를 착용하고 본회의장 단상에 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의원은 졸지 않기 위해 발언 도중 사탕을 입에 무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페이스북에서 “토론 중 다음 순서가 민주당 의원 차례라는 메모를 받았다"며 "체력적으로는 더 오래 더 많은 토론을 할 수 있었지만, 시청률이 낮은 심야에 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게 하기 위해 발언을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오후 9시50분쯤부터 이날 오전 1시49분까지 3시간59분 동안 발언했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탕을 먹으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인 본회의장은 대부분 좌석이 비어 있는 모습이다. 각 당은 조를 편성해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다. 민주당은 소속 상임위 별로 8∼9명씩 나눠 조를 짰다. 전날 ‘의원님 행동 요령’이란 제목의 공지도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공지에는 ‘23일 24시 이후 조별 대기, 비번 조 의원님은 귀가’ 등 내용이 담겼다. 24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이춘석·강병원·김영진·심기준·유승희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국회의원간 필리버스터가 진행된 24일 오전 휴식을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임시국회 회기는 25일 자정 종료되므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관한 필리버스터는 그때까지만 이어질 예정이다. 문 의장과 주 부의장은 4시간씩 번갈아 가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