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는 마약중독” 전 여친, ‘그알’ 약물 분석가에 10억 소송

입력 2019-12-24 14:42 수정 2019-12-24 14:44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20여년 전 의문의 죽음을 맞은 가수 고(故) 김성재의 전 여자친구 김모씨가 두 달 전 약물 분석 전문가 A씨를 상대로 억대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A씨는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최근 ‘그것이 알고싶다’ 김성재 편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SBS funE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0월 23일 A씨를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김성재 살해 용의자로 기소됐던 김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심과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김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강연과 언론 인터뷰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약 중독사의 누명을 벗을 타살 흔적이 있다는’ A씨의 발언이 김씨가 살해 진범이라는 인상을 퍼뜨렸고, 그로 인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 측은 이전에도 자신의 결백을 호소해왔다.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 1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우리 딸이 하지도 않은 일로 인해 누명을 쓰고 갖은 고초를 받았다”며 “대중은 사건의 본질을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제 딸에 대한 의심으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방송이나 유족 측에 치우친 편파적인 보도가 아니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봐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김성재의 죽음은 마약 중독사다. 그의 몸에서 발견된 동물마취제 졸레틸은 암암리에 사용되던 마약”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성재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룰 예정이었던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8월 한차례 방송을 준비하다가 김씨가 제기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불발됐다. 이후 추가 취재 한 2차 방송이 지난 21일 전파를 탈 예정이었으나 김씨가 또 한 번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방송 하루 전날 이를 받아들였다.

방송이 거듭 무산되자 한국PD연합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재판부는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제작진의 ‘진정성’을 자의적으로 규정한 것은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낸 경솔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가 최우선 판단 기준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며 “1995년 사건 발생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사인을 규명할 가능성이 있으니 지금의 첨단 과학 지식을 다시 짚어보자는 제작진의 취지를 재판부는 받아들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SBS PD 협회도 같은 날 “김씨와 그 변호인 측에 묻고 싶다”며 “1998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고도 사람들의 비난 때문에 인격과 명예가 훼손되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당신은 왜 우리의 의문에 답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년 가까이 취재한 방송이 법원의 결정에 의해 두 번이나 방송 금지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사전 검열을 의무화하던 군사정권 때나 있을 법한 일이 2019년에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