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 사라진 포근한 겨울…난감한 강원도 겨울축제

입력 2019-12-24 14:14
지난 21일 개막하려던 평창송어축제장가 포근한 날씨로 인해 축제를 일주일 연기했다. 24일 제대로 얼지 않은 평창송어축제장의 모습이다. 평창군 제공

강원도 겨울 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포근한 날씨 탓에 축제장의 중심 무대인 강이 얼어붙지 않아서다.

홍천문화재단은 축제장인 홍천강의 얼음이 결빙되지 않음에 따라 당초 내년 1월 3일부터 열기로 했던 제8회 홍천강 꽁꽁축제를 1월 10일로 연기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축제는 송어 얼음낚시가 중심이 된 축제다. 재단은 개막일 이후에도 홍천강이 얼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부교(浮橋) 낚시 위주의 체험시설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축제에 부교 낚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취소했던 홍천문화재단은 이듬해 강 한복판에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묘안을 내놨다. 물이 얼지 않을 것에 대비해 강 위에 부교를 설치한 뒤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인공 얼음 낚시터를 만든 것이다.

홍천문화재단은 이번 축제에 600명이 동시에 낚시할 수 있는 부교 낚시터를 긴급 설치해 운영하고, 송어 맨손 잡기 이벤트를 기존 4회에서 6~7회로 늘리기로 했다. 홍천문화재단 전명준 대표이사는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얼음낚시가 아닌 일반 낚시의 비중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부교를 확대 구입하는 등 중장기적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 21일 개막하려던 평창송어축제도 오대천이 얼지 않아 개막일을 28일로 연기했다. 축제 핵심 프로그램인 얼음 낚시터가 열리는 오대천은 이상고온으로 인해 20㎝ 이상 두껍게 얼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현재 12㎝ 정도에 그치고 있다. 축제위원회는 개막일 이후 얼음이 15㎝ 이상이면 얼음 낚시터 일부를 개장하고, 20㎝ 이상 얼 경우 축제장을 완전히 개장한다는 방침이다.

평창송어축제위원회 관계자는 “방문객 안전이 최우선이어서 축제 개막일 연기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개막일까지 얼음이 20㎝ 이상 얼게 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 1월 4일 문을 여는 화천산천어축제도 날씨가 더 추워지기만을 바라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현재 축제장의 얼음 두께는 8~9㎝다. 이 축제는 2016년 1월 축제를 앞두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얼음이 모두 녹아 일주일 연기되기도 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50년 기온 빈도를 봤을 때 화천은 12월 25일 이후 영하 5도 이하의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에 축제 전까지 20㎝ 이상 얼 것으로 예상한다”며 “축제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결빙 강도가 약할 경우 지름 18㎝이던 얼음 구멍 크기를 15㎝로 줄이는 등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 두었다”고 말했다.

홍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