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바꿔줘!” 주민센터 불지르려 50대男의 황당 사연

입력 2019-12-24 11:22 수정 2019-12-24 13:33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주민센터가 불에 홀랑 탈까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지난 20일 오후 2시쯤 광주 남구 모 주민센터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휘발유를 담은 2ℓ짜리 생수통을 손에 들고 주민센터를 찾은 정모(51)씨가 갑자기 휘발유를 바닥에 뿌리고 방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으악. 이게 뭐야’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주민센터에서는 여직원 등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주민센터 직원들이 방화 시도와 함께 공무원들을 위협하던 정씨를 즉각 몸으로 막아섰고 짧은 시간 승강이가 이어졌다.

다른 직원은 즉각 112와 연결된 비상벨을 눌렀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의해 상황은 금방 제압됐다.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정씨가 방화시도를 멈추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담당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광주에서는 22일 새벽 30대 남자가 두암동 한 모텔 객실에 라이터로 불을 질러 2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치는 방화사건이 발생해 며칠째 언론지상에 뉴스속보가 잇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가 이날 방화시도 난동을 벌인 것은 며칠 전 주민센터에서 겨울철 난방대책으로 받은 전기장판이 빌미가 됐다.

정씨는 지급받은 전기장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자 사회복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교체를 요구했으나 “남은 수량이 없어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격분했다.

한동안 전화통화로 내뱉은 욕설로도 분이 풀리지 않은 그는 평소 오토바이에 넣고 남은 휘발유를 생수통에 담아 주민센터에서 공무원들을 위협한 것이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공용건조물 방화 예비 혐의로 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정씨는 “홧김에 주민센터를 찾아가 일을 벌였다”며 범행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실제 불을 지르려 했다기보다는 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겁을 주려고 한 것 같다”며 “특수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