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내려와” “니들이 날강도”… 삿대질 난무한 본회의 현장

입력 2019-12-24 01:35
연합뉴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이 전격 상정된 23일 국회 본회의는 고성과 막말이 오간 아수라장이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7시57분쯤 개의를 선언한 직후 자유한국당이 일제히 의장석을 둘러싸고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나섰다. 본회의는 시작과 동시에 충돌했다. 법안 처리를 지연하기 위한 무더기 수정안 발의 등 꼼수도 난무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정된 오후 6시를 2시간이나 넘겨 문 의장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한국당 의석에선 “민생법안을 상정하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첫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안건이 상정되자 열기는 더해졌다. 문 의장은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한다”며 “심재철 등 108인으로부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요구가 제출됐지만, 무제한 토론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못박았다.

이에 찬반 토론을 신청한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단상에 올라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의장은 반드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어 “국회법상 규정이 명백함에도, 의장이 임의로 거부하면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한 뒤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에게 무제한 토론을 허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회기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장 방침에 따라 토론 제한시간 5분이 지나 마이크가 꺼졌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 수십명은 일제히 의장석 앞으로 달려가 ‘아빠 찬스 OUT’ 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의장 사퇴, 아들 공천, 무제한 토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10일에 이어 본회의장에서 문 의장 아들이 의정부 지역구를 넘겨받아 출마하려 한다는 비난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문 의장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토론 차례를 넘겼으나, 주 의원이 자리를 비키지 않고 버텼다. 이 과정에서 단상에 오르려는 윤 의원을 박대출·권성동·김태흠·민경욱 한국당 의원 등이 막아서며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 불법”을 거듭 외쳤고, 문 의장은 이들을 두 손으로 가리키며 “이게 불법이에요”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의원들이 별다른 반응 없이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던 중 이인영 원내대표가 결국 의장석에 다가갔고, 이에 문 의장은 “토론종결 요청이 들어와 종결한다”고 선언한 후 회기 결정의 건 표결에 돌입했다.

찬성 150인, 반대 4인, 기권 3인으로 안건이 통과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지만 한국당 측에서는 일제히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주영 한국당 의원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9시40분쯤 문 의장이 민주당 요청을 받아들여 본회의 27번째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앞당겨 상정하자 ‘난장판 국회’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임이자·장제원 의원 등 약 스무명의 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의장석 앞으로 달려가 문 의장에게 삿대질을 했다. 장 의원은 의장석을 손으로 내려쳤고 다른 의원들이 문 의장을 향해서류 뭉치를 집어던지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날강도” “문희상 내려와” 등의 구호를 외치자 일부 민주당 의원은 “니들이 날강도”라고 맞받아쳤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아들 공천 준다고 나라를 팔아먹나, 국회를 이렇게 만드나”라며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