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는 일본 내 혐한·반한 분위기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까지 혐한·반한을 자극적으로 다루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일대사관은 내년 공공외교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남 대사는 또 오는 24일 열릴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면서, 양국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남 대사는 지난 18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일본 내 혐한·반한이랄까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서점에 (혐한·반한 관련) 베스트셀러 코너가 생길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 미디어도 혐한·반한을 다루는 데 집중하게 되고, 악순환이 이어지는데 그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과 공기에 혐한·반한이 강화된 게 더 큰 문제임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 대사는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정치가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 국회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의회 의원들이 잘 안 만나 준 일이 있었다. 한국에서 온 의원을 만나면 지역구에서 반발이 있으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치인들의 한국 비하, 비난 발언도 이 같은 국민들의 혐한·반한이 배경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 대사는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일반적인 감정들이 그런 부분(반한·혐한)이 크기 때문에 한·일 관계를 정치로 풀어나가는데도 굉장히 큰 부담이 된다”며 “내년 대사관의 제일 우선의 목표는 공공외교 확산”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주일대사관의 공공외교 예산은 대폭 증액된다. 공공외교를 통해 언론 및 전문가 등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메시지 창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 대사는 오는 24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메시지를 기대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러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분위기 면에서는 두 달 전까지와는 또 다르다”고 답했다.
한·일 정상은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은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 계기에 열린 후 15개월 만이다.
남 대사는 끝으로 “일본 정부 예산이 우리의 2배 수준인데, 외무성 예산은 우리 외교부의 3~4배에 달한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으로 일본 정부 예산은 100조엔(약 1064조 2300억원) 수준이고, 한국 정부 예산은 약 470조원이다. 외무성 예산은 7300억엔(약 7조 7688억원) 수준이지만, 외교부 예산은 2조 4000억원에 불과하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외교 예산 확충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주변 4강(미국·일본·중국·러시아)과의 관계 및 북핵 외교에 국가의 명운이 달린 현실을 고려, 외교 예산의 대폭 증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도쿄=외교부 공동취재단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