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만들어지는 방사능 오염수 처분 방법이 해양방출과 수증기방출 및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법 총 3가지가 제안됐다. 3가지 안 모두 후쿠시마 주변 지역과 한국 등 이웃나라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외부 방출’ 방식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23일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 전문가 소위원회(이하 전문가 소위)가 오염수 처분 방안으로 제시한 3가지 안을 공개했다. 주무 부처인 경산성이 오염수 처분 방안을 찾기 위해 2016년 11월부터 13명으로 가동한 전문가 소위는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의 방출을 전제로 물로 희석시켜 바다로 내보내는 해양(태평양) 방출, 증발시켜 대기로 내보내는 수증기 방출, 그리고 두 가지를 병행하는 제3안을 함께 제시했다.
그간 전문가 소위는 위의 방법 외에 지층주입, 지하매설, 전기분해 수소방출 방안도 검토해왔다. 하지만 시멘트를 이용해 고형물로 만들어 지하에 매설하는 ‘지하매설’ 안 등 3가지 안은 시행해 본 전례가 없어 기술적으로나 시간상으로 검토할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소위는 초안 보고서에서 실현 가능한 해양방출과 수증기방출 안을 설명하며 각각 국가가 정한 기준치를 밑도는 오염도에서 방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해양방출의 경우 일본 국내 원전에서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가가 정한 기준치 이하로 희석해 바다에 흘리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증기방출의 경우에는 고온에서 증발시켜 배기통을 이용해 상공으로 방출하는 방법으로, 대기중 방사능 오염도는 국가가 정한 기준치를 밑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환경단체 등은 ‘정상적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와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킨 현장에서 나온 오염수의 처리수를 똑같이 볼 수 없다’며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어업을 영위하는 후쿠시마 주민들도 이미지가 더욱 나빠질 것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소위가 제시한 초안 보고서에 따르면 방출 시작 시기와 연간 처리량에 따라 처분 기간이 달라지는데, 현재 보관량 등을 기준으로 따질 경우 최소 10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전문가 소위는 방출 시기와 기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해야 한다”며 정확한 언급을 피했다.
일본 정부가 ‘처리수’로 부르는 오염수는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할 때 발생하는 오염수 등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불리는 정화장치를 이용해 트리튬(삼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62종)의 대부분을 제거한 물이다. 그러나 오염수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세슘-137, 스트론튬을 포함한 방사성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환경단체들은 ‘방류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1000개 가까운 대형 탱크에 약 110만t의 오염수가 저장돼있다. 이 오염수는 하루 평균 약 170t씩 증가하고 있어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향후 20만t의 저장용량을 증설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30~40년이 걸리는 장기간의 폐로 과정에서 작업 공간 확보 등을 위해 전체적인 공간 재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증설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도쿄전력 측은 ‘현재 배출 추이로 추산할 경우 2022년 말이 되면 더는 보관할 수 없게 돼 오염수 처분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에 처분 방향을 조속히 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 소위가 오염수 처분 일정 등에 대해 최종 의견을 내면 이를 토대로 기본방침을 정한 뒤 도쿄전력 주주들과 국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이후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일본 정부가 마련한 최종 처분 방안을 승인하면 도쿄전력이 이를 이행하게 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