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공식인증한 학생 진로체험 기관 중 199곳이 사설학원으로 확인됐다. 인증 학원 상당수는 대학 입시로 사실상 장사를 하고 있었다. 스포츠지도자 체험이란 명목으로 태권도장, 이종격투기·특공무술 학원이 인증받기도 했다. 학원들이 ‘정부 후광효과’로 학생을 끌어모으는 동안 교육부는 체험 기관 부족을 이유로 팔짱을 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9년 제3차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 535곳을 24일 발표했다. 정부는 2017년 3월부터 학생들이 직업 세계를 미리 체험하고 진로를 숙고하도록 양질의 체험기관을 발굴해 인증하고 있다. 이날 발표로 인증기관은 모두 2273곳으로 늘어났다. 수도권 654곳, 충청권 325곳, 호남·제주권 456곳, 강원·대구·경북권 304곳, 부산·울산·경남권 534곳이다.
교육부는 “진로체험지원센터 서면·현장심사, 권역별 인증심사, 인증위원회 심사 등 3단계 심사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인증했으니 학교들이 안심하고 학생을 보내도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사설 입시학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인증기관 2273곳 중 학원이 199곳(8.8%)이다. 예술·체육, 승무원, 간호, 요리 학원 등 다양하다. 대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학교가 학생을 진로체험이란 명목으로 학원에 밀어 넣으면 학원은 대입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구조다.
미대 입시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미술학원도 이번에 인증 마크를 달았다. 이 학원 홈페이지는 전국 유명 미대 수시합격 현황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 합격 현황이 ‘팝업창’을 통해 어지럽게 올라온다.
서울의 한 실용음악학원도 관련 대학 학과 진학을 위한 ‘일대일 컨설팅’ 상품을 팔고 있다. 관련 학과의 최근 동향을 완벽하게 분석했다는 홍보도 곁들였다. 실기 대비는 물론 성적관리, 모의고사까지 한 번에 해결 가능하다며 학생·학부모를 유혹하고 있다.
연기나 가수 지망생을 양성하는 학원들도 다수 인증을 받았다. 인증받은 부산의 한 연기학원도 대입 상품을 팔고 있다. 이 학원은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학원으로 유명 연예인 강사들의 프로필을 올려놓고, 대학 합격자 현황과 합격 후기를 운영 중이다. 전형적인 입시 학원의 홍보 방식이다. 항공기 승무원 학원들은 전국 대학의 항공운항과, 미용학원들은 미용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단순 운동시설이 인증기관으로 둔갑하기도 했다. 태권도 도장과 이종격투기·특공무술 체육관, 헬스클럽이 인증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스포츠지도자 및 경찰무술 체험이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교육부는 체험기관이 부족해 사설학원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이 되면 무료 강습을 4번 해야 하는데 (대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학생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료 강습 4차례가 오히려 마케팅으로 활용될 우려에 대해서는 “학원 참여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입시 마케팅 활용 여부는 확인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