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려 중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시위대는 또 다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끌어내렸고, 경찰은 이를 뺏으려고 시위대와 충돌을 빚다 권총을 꺼내기도 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콩 도심의 에딘버그 광장에서 1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위구르족 소수민족 지지 집회가 열렸다. 지난 6월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 위구르 소수민족을 지지하는 별도 대규모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날 시위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본부에서 200여m 떨어진 곳에서 열렸으며 ‘학생들의 힘’이라는 단체가 주최했다.
주최 측은 선언문에서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다”며 “우리 홍콩인은 침묵하고 있을수 없다. 우리는 포기해서는 안된다. 중국에 자유의 빛을 비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은 위구르족을 상징하는 깃발과 영국 국기, 미국 성조기를 흔들면서 ‘위구르 해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매튜 탬(24)은 “홍콩이 제2의 신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시위에 참여했다”며 “우리는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디찬 홍콩 민족당 창립자는 “홍콩은 자유와 평등, 존엄을 핵심 가치로 하는 우리만의 헌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과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테러 대응’을 구실로 최소 100만 명의 위구르족과 다른 이슬람교도들을 신장 수용소에 구금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강제수용소가 아니라 직업훈련소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쉐커라이티 자커얼 신장 자치구 주석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훈련센터에 100만명 넘는 수강생이 있다는 외신보도는 순전히 날조된 것”이라며 “현재 중국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와 법률 지식, 직업기능 등 3가지를 배우고 극단주의를 없애는 ‘3학1거’(三學一去) 교육훈련 수강생은 이미 모두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일부 시위대가 에딘버그 광장의 국기 게양대에 걸려있는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리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관 몇 명이 끌어내려진 오성홍기를 수거하기 위해 도착했으나 수적으로 많은 시위대가 에워싸자 경찰은 최루 스프레이를 쏘면서 해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겨누기도 했으나 실탄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시민들은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하자 일제히 물병 등을 던지며 항의했다. 한 외국인 남자는 고무탄에 다리를 맞기도 했다.
경찰은 성명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공권력만 사용했다”며 “시위대는 시민의 신변안전과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시민들은 23일 저녁에도 에딘버그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대한 경찰의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