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후텐마 미군 비행장 이전, 2030년 이후로 늦춰질듯

입력 2019-12-23 16:53
오키나와현 후텐마 비행장에서 이륙하는 미군수송기. 비행장은 주거지역과 바로 맞닿아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오키나와현의 ‘뜨거운 감자’인 후텐마 미군 비행장 이전이 또다시 늦춰질 전망이다. 이전 예정지인 오키나와현 헤노코 해안 지역의 지반이 약해 매립공사에만 계획했던 5년의 2배인 10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23일 헤노코 지역의 매립공사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3년 일본 내 미군기지 통합계획에 따르면 매립공사 기간을 5년으로 상정한 뒤 매립 후 비행장 등 관련시설 정비까지 다시 3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해 이전 시기를 2022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매립 대상 지역서 연약 지반이 발견돼 보강 공사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빨라도 203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후텐마 비행장은 미 해병대의 중추인 제3해병 원정군의 항공기지다. 1945년 태평양전쟁 당시 이 지역을 점령한 미 해병대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미군 헬기와 항공기가 매일 이착륙하는 곳이지만 주거 지역과 바로 맞닿아 있어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미군 기지’로 불리고 있다.


기지 이전 문제가 본격화 된 것은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현지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당시 미국과 일본은 오키나와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을 발표했다. 오키나와현은 현 바깥으로의 이전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기존 기지에서 52㎞ 떨어진 헤노코 해안 지역을 매립해 비행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오키나와현 주민들이 지난 2018년 작은 배에 탄 채 비행장 이전 지역으로 결정된 헤노코 해안에서 매립 반대 및 현 밖으로의 이전을 외치며 시위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오키나와는 1879년 일본에 병합된 류쿠국의 후예로 그동안 본토와 비교해 2등국민 취급을 당해왔다. 특히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자 본토 방위 시간을 벌기 위해 오키나와를 이용했다. 일본 내 유일한 육상전이었던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본군은 현지인들을 총알받이나 자살 특공대로 내보내는가 하면 미군 진입을 앞두고 자결을 강요했다. 오키나와 전체 주민의 30%인 12만명이 당시 사망했다.

2차대전 후 오키나와는 미군의 통치를 거쳐 1972년 다시 일본으로 귀속됐다. 현재 오키나와 땅의 20%가 미군 기지다. 일본 전체 면적으로는 0.6%인 오키나와에 재일 미군 기지의 75%가 집중돼 있다. 일본의 안정보장 명분으로 여전히 희생을 강요당해온 오키나와는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 속에 잇단 소송전에 휘말려 중단했던 헤노코 해안 매립공사를 지난해 12월 중순 재개한 상태다. 연약지반 보강을 위해서는 오키나와현이 승인하는 설계변경이 필요하지만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 지사가 정부의 설계변경 요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마키 지사는 이날 공사에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공사라면 필요없다”면서 헤노코 이전을 다시 한번 반대했다. 현재로서는 후텐마 비행장의 2030년 이후 반환 일정도 불확실해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