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교도소서 강제노역… 도와달라” X마스 카드서 구조 요청 발견

입력 2019-12-23 16:53 수정 2019-12-23 16:56
영국의 6세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이 중국 내 외국인 재소자들이 강제 노역을 하고 있다며 구조 요청을 하는 문구가 담긴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있다. AP뉴시스

영국의 6세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은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산 자선 크리스마스 카드를 개봉하고 깜짝 놀랐다.

산타 모자를 쓴 고양이가 그려진 카드는 새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카드에는 “우리는 중국 상하이 칭푸 교도소의 외국인 재소자들이다. 우리의 의지에 반해서 강제로 일하고 있다”며 “인권단체에 알려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적혀 있었다.

22일(현지시간) BBC,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이 소녀의 이야기와 함께 테스코가 중국 내 외국인 재소자의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크리스마스 카드의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카드에는 메시지를 발견한 사람은 피터 험프리와 접촉해달라는 문구도 적혀있었다. 영국 기자 출신인 험프리는 컨설팅사를 세워 중국 기업을 조사하는 탐정 일을 하다가 2013~2015년 상하이 교도소에 감금된 적이 있다. 그는 마지막 9개월을 칭푸 교도소에서 보냈다고 BBC에 말했다.

소녀의 아버지 벤 위디콤은 카드 메시지에 대해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고 장난이라고 생각했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꽤 심각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충격받았지만 글을 쓴 사람이 부탁한 대로 험프리에게 메시지를 넘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카드를 본 험프리는 “이건 아마 여전히 복역하고 있는 내 교도소 동료들이 쓴 것 같다. 집단으로 만들어진 게 확실하다”며 “이 대문자는 한 사람의 글씨체이며, 누구인지 알 것 같지만 절대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칭푸 교도소 내 외국인 수용 구역에는 250명의 재소자가 있으며 재소자들은 “매우 황량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외국인 재소자들은 매트리스 두께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녹슨 철제 2단 침대에서 잔다”며 “겨울에는 극도로 춥고 난방도 되지 않는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다. 매우 덥다”고 설명했다.

또 그가 수감됐던 때에는 비누나 치약 등을 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노동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의무화됐다고 한다. 그는 “내가 거기에서 알게 된 모든 사람들이 매우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곳에 있었다”며 “내 생각에 불법 수감이나 근거 없는 판결의 희생자로 보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전했다.

테스코 대변인은 “이번 일에 충격받았다”며 “이 카드들이 생산되는 공장에서 즉시 생산을 중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교도소 노동력의 사용에 반대하며 교도소 인력을 투입하는 생산 공장을 공급업체로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