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나온 인헌고 학생들 “문재인·조국 비판에 적폐 낙인 찍혀”

입력 2019-12-23 17:01
학생수호연합 최인호(오른쪽) 대변인이 지난 10월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일부 교사가 정치 편향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 학생수호연합은 교사로부터 편향적인 정치사상을 주입·강요받았다고 고발·비판해왔다. 최현규 기자

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해온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23일 “교육 현장에서 사상 주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학수연은 지난 10월 정치 편향 교육 의혹이 제기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 학생들이 주축이 된 학생단체다.

학수연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을 통해 “문재인과 조국, 반일운동과 페미니즘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 목소리는 정치 교사와 범 전교조 집단에 의해 적폐·일베·여성혐오 등 낙인이 찍히고 있다”며 “학생 혁명을 통해 교육현장의 병폐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학수연 관계자는 “인헌고를 비롯해 여러 학교에서 모인 30여명의 학생들이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수연은 인헌고의 몇몇 교사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학생에게 “가짜 뉴스 믿는 사람은 다 개돼지”라고 말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업적을 좋게 평가한 학생에게는 “너 일베니?”라 모욕을 줬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들은 “전교조 등이 교실에서 학생에게 정치적 선전을 일삼아 왔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인헌고 사건에 대한 특별장학을 진행, 해당 발언들이 나왔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으나 지속적·반복적·강압적으로 특정 정치사상을 주입하거나 강요한 정치편향 교육 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해당 교사들에 대한 법적·행정적 징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인헌고 측은 지난 10일 학수연을 주도한 최모(18)군이 교내 학교 영상을 출연자 동의 없이 올렸다며 사회봉사 등 징계를 내렸다. 최군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사상주입을 고발해 정치 교사들로부터 숙청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수연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학교 측의 징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인헌고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고, 시교육청의 특별장학 절차가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에 위배됐다며 진정을 넣었다. 학수연도 “광화문 집회를 통해 인헌고 사상주입 사건을 방관·조장하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