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색은 같지만 많은 것이 바뀌었다. 류현진(32)이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간) “류현진이 토론토와 4년간 총액 8000만 달러(약 931억 원) 규모의 FA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옵트아웃(계약해지)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고 일부 팀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토는 지난 7년간 지구 우승을 차지한 류현진의 전 소속팀 LA 다저스와 푸른색 유니폼을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상이하다. 올 시즌 67승(95패)으로 AL 동부 4위에 머문 토론토는 2019년 MLB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던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를 중심으로 재건을 시작한 젊은 팀이다. 유격수 보 비셰트(21), 2루수 캐반 비지오(24)에 좌익수 루데스 구리엘(26) 등 올해 빅리그 무대에서 가능성을 한껏 보여준 20대 야수들이 넘친다.
보직은 명확하다. 토론토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했던 류현진(14승 5패 2.32)에게 절대적인 에이스 자리를 맡긴다. 토론토의 에이스 자리는 지난 7월 마커스 스트로먼이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된 뒤 공석이었다. 최근 영입된 테너 로아크(10승 10패 평균자책점 4.35), 체이스 앤더슨(8승 4패 4.21) 등이 류현진의 뒤를 떠받칠 예정이다. 날아오를 준비를 끝마친 최고구속 102마일(약 164㎞)의 우완 네이트 피어슨(23), 균형 잡힌 좌완 앤서니 케이(24)의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해야한다.
토론토의 약점은 수비와 불펜진이다. 게레로 주니어, 구리엘 등은 수비에서 불안을 노출했다. 비셰트와 비지오도 수비는 평범하다는 평가다. 불펜진 또한 마무리 켄 자일스(23세이브 1.87) 정도를 제외하면 믿고 맡길 투수가 없는 상황이다. 내년 MLB에 데뷔하는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슌(일본프로야구 통산 112세이브)의 활약이 변수다.
현지에서는 류현진 영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캐나다 유력지 토론토스타는 이날 “토론토가 류현진마저 데려오지 못했다면 빈손으로 FA 시장에서 돌아올 수 있었다”며 “선발진이 더욱 깊어졌다”고 호평했다. 이어 “토론토는 내년뿐만 아니라 팀의 젊은 선수들이 전성기에 오를 2021~2022시즌 류현진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LB 최고의 격전지구로 불리는 AL 동부지구로 적을 옮기면서 류현진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류현진은 토론토를 제외한 AL 동부지구 팀을 상대로 통산 5경기 28⅓이닝 3패 6.03으로 부진했다. AL 동부지구에는 리그 최상급 타선에 최고 투수 게릿 콜까지 FA로 영입한 뉴욕 양키스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 또한 트레이드하려던 강타자 무키 베츠가 내년에도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AL 와일드카드 진출에 성공한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과의 맞대결도 관심을 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