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등 당첨자는 회장님 친구들?… 명지대 여총의 ‘이상한 우연’

입력 2019-12-23 16:25 수정 2019-12-23 16:27
페이스북 캡처

경기도 용인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 총여학생회가 ‘나눠먹기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진행한 경품 추첨 이벤트에서 한 단과대 학생회장·부학생회장이 나란히 고가 상품 당첨자로 선정되면서부터다. 특히 이들이 총여 임원들의 절친한 지인으로 밝혀지면서, 선정 과정이 의심된다는 학생들이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간도 짧고 홍보도 없었다

문제가 불거진 이벤트는 지난 16일 총여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됐다. 이에 따르면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카카오톡에 총여 계정을 친구 추가한 뒤 ‘2019년 계획 또는 2020년의 계획’ ‘2019년의 마음 따뜻해지는 행복했던 기억들’ 중 하나를 메시지로 보내면 된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벤트가 진행되는 기간이다. 총여는 ‘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을 참여 가능 시간으로 제시했다. 공지문에는 “해당 시간 외에 보낸 메시지는 이벤트 참여에 응모되지 않는다”는 문구도 추가했다. 추첨은 이틀 뒤인 19일 오후 8시에 진행하며, 당첨자는 페북 공지와 개별 연락을 통해 밝히겠다고 썼다.

명지대 총여 페이스북

또 학생회비를 낸 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다만 여총이 마련한 이벤트이지만 남녀 학생 모두가 응모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해당 이벤트의 경품은 ‘에어팟 프로’ ‘에어팟 2세대’ ‘노스페이스 패딩’ ‘온수매트’ 등 수십만 원대의 비교적 고가 상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일부 학생들은 이벤트 기간을 지적하고 있다. 값비싼 경품이 걸린 이벤트를 불과 9시간밖에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홍보는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공지는 여총 SNS에만 게시돼 진행됐다. 따라서 짧은 기간 동안 이벤트의 여부를 아는 사람은 여총 구성원들뿐일 것이며, 이벤트 참여자 다수도 그들의 지인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일부 학생들의 지적이다.

명지대 총여 페이스북

당첨자 명단엔 ‘아는 이름’ 수두룩

이벤트 당첨자는 예정된 날짜인 지난 18일 여총 페북을 통해 공개됐다. 경품 중 가장 고가인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2세대’ 당첨자로, 사실상 1·2등에 해당하는 학생의 이름은 한 단과대의 부학생회장과 학생회장이었다.

여기에 한 재학생이 총여 관계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일부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재학생은 “경품추첨 1·2등 당첨자가 학생회장, 부회장과 이름이 똑같던데 동명이인인가요?” “동명이인이겠지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총여 측은 “동명이인이 아니라 회장, 부회장 맞습니다”라는 답장을 썼다. 실제로 해당 단과대 학생회 조직도를 봐도 ‘에어팟 프로’와 ‘에어팟 2세대’ 당첨자 이름과 부학생회장과 학생회장의 이름이 같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품 당첨자들이 총여회장과 부회장의 친구, 룸메이트, 동기라는 주장이 주변 학생들의 폭로로 밝혀졌다. 분노한 일부 학생들은 ‘오피셜’이라는 제목으로 여총 임원과 당첨자들의 관계를 정리한 글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안마기 당첨자는 총여 부회장과 동기이자 절친” “노스페이스 패딩 당첨자는 총여 부회장의 룸메이트, 최근 해외 봉사 다녀와서 끈끈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명지대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페이스북 캡처

이같은 사실이 퍼지자 학생들은 공분했다. 한 법학과 학생은 명지대 대나무숲 페북 페이지에 “여총은 분명히 횡령을 한 것”이라며 “가만두면 안 된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한 학생은 여총이 내년에 폐지된다는 결과문이 게시된 글에 “마지막이라 거하게 주머니를 챙긴 것 같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총여 “사사로운 감정 없다… 악의적 편집도” 반박

논란이 거세지자 총여 측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총여회장 A씨는 비판이 이어지는 명지대 대나무숲 페북 페이지 게시글에 장문의 댓글을 달아 1차 해명을 했다. 그는 “(당첨자와)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사로운 감정은 섞이지 않았음을 명백히 밝힌다”며 “사사로운 감정으로 친한 학우들을 뽑았다면 저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당첨자를 발표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어 “저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벤트 참여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사연을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학우분들께 오해의 소지를 만든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짧았던 이벤트 기간에 대해서는 “종강을 앞둔 학우분들의 경품 수령에 차질이 없게끔 하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해당 이벤트 참여자는 총 48명이며 참여 조건이었던 ‘카카오톡 계정 친구추가 여부’ ‘200자 이하의 내용’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16명이 제외됐다고도 했다. 이에 따르면 결국 경품 추첨 대상자는 단 29명이었고, 그 안에 총여 임원의 지인들이 포함됐다는 말이 된다.

이하 명지대 총여 페이스북



이어 총여 측은 지난 20일 공식 페이스북에 A4용지 3장 분량의 해명 자료를 공개했다. A씨는 온라인상에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 “행사 기간이 짧아 포스터 부착보다는 SNS나 각 과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며 “200자 이내 사연을 제외한 이유도 짧은 사연보다는 길게 남긴 사연이 경품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비난은 멈춰 주셨으면 한다”며 재학생과 나눴던 메신저 대화를 언급했다. A씨가 ‘악의적인 모함’이라고 주장한 것은 앞서 “동명이인이냐”고 물었던 재학생과의 대화다. A씨는 “페북 메시지로 연락 주시면 답변을 드리기로 했기에 답변을 드렸지만 돌아오는 건 악의적 편집으로 모함하는 일이었다”고 강조하며 자신이 캡처한 메신저 대화창 화면을 올렸다. 여기에는 “전화로 직접 말씀드리고 싶다. 가능한 시간에 전화 달라”는 A씨의 메시지가 담겼다.

명지대 총여 페이스북 댓글 캡처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날짜도 뚜렷하게 공개하지 않은 글이 무슨 해명글이냐” “근거는 하나도 없고 떼쓰는 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메신저 대화를 나눴던 재학생 역시 “악의적인 편집이라니 말씀이 심하시다”며 “동명이인인 자가 당첨된 것을, 동명이인이 아닌 자가 당첨됐다고 했나 아니면 없는 사실을 지어냈느냐”고 반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