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가르는 콘크리트 분리장벽 아래에서 아기예수가 태어나는 모습을 표현한 설치작품을 발표했다.
23일(현지시간) AP, CNN 등이 보도한 뱅크시의 설치작품을 보면 높고 견고한 콘크리트 장벽 아래 막 태어난 아기 예수가 포대기에 싸인 채 뉘여져 있고 동정녀 마리아와 요셉이 이를 바라보는 장면이 형상화돼 있다. 장벽에는 커다란 포탄 구멍이 나 있고, 영어와 프랑스어로 ‘사랑’과 ‘평화’란 단어가 적혀 있다.
뱅크시가 ‘베들레헴의 상처(Scar of Bethlehem)’라고 이름 붙인 이 작품은 지난 21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베들레헴에 있는 ‘월드 오프(Walled Off)’ 호텔에 전시됐다.
월드 오프는 지난 2017년 뱅크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풍자하고 고발하는 의미로 세운 호텔이다. 분리장벽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어서 무려 9m 높이의 장벽이 주는 위압감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다. 10개의 객실 벽에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비판하는 뱅크시의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뱅크시는 그동안 꾸준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비판해왔다. 호텔 매니저 위삼 살사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뱅크시의 새 작품에 관해 “이스라엘 군의 점령이 팔레스타인 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게 하는 크리스마스 스토리”라고 설명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