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 남편을 둔 광부댁들이 빨래터에 모여 수다를 떨고, 광부들은 식당에 앉아 술잔을 주고받으며 애환을 토로한다. 남편이 항상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광부댁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듯 광산사고가 일어나고, 조용하던 탄광 마을엔 ‘사북항쟁’이라는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과거 석탄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와 그 아내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창작극 ‘탄광촌의 봄’의 큰 줄거리다.
이 작품은 문화창작소 광부댁협동조합 극단 ‘광부댁’의 대표작이다. 우물가의 수다, 광산사고 등은 실제 광부의 부인이었던 단원들이 직접 겪은 일이다. 자신들의 삶을 연극으로 꾸미고 직접 연기하기에 몰입도가 높다. 지난 2월 대중에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24일과 31일, 새해 첫날 강원랜드 카사시네마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극단의 특징은 회원 13명 중 4명이 도박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단도박’ 회원이라는 점이다. 2015년 정선문화원에서 동아리로 첫발을 내디딘 극단이 협동조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사람은 이경훈 상무이사다. 한때 강원랜드 카지노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도박 중독자였던 그는 현재 극단의 행정을 도맡고 있다.
카지노 영구 출입정지 신청과 상담을 받기 위해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를 찾은 그는 도박 중독자를 위한 협동조합 교육을 접하게 됐다. 이후 강원랜드 희망재단 ‘사회적경제 창업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돼 극단 구성을 위한 자금 3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극단은 협동조합 설립 이후 ‘탄광촌의 봄’을 공연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상무는 “현재 KLACC와 함께 단도박 과정을 소재로 새로운 연극을 만들고 있고, 이 연극을 공연할 극단도 창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와 희망재단이 도박 중독자의 사회복귀를 돕고, 폐광지역의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 희망재단의 사회적경제 창업지원사업은 폐광지역 내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 등의 창업을 돕기 위한 것이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42개 팀에 12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재단은 창업지원금 지원뿐만 아니라 마케팅, 회계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단도박 회복자가 희망재단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은 KLACC의 직업 재활 교육 덕분이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병원 치료비 지원, 직업 재활 지원, 재무‧법률지원, 회복자 재활 지원사업 등이 있다. 회복자 재활 지원사업은 자립기반 마련을 위해 협동조합 창업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담비협동조합, 살아있네강랜푸드협동조합, 극단 광부댁 등이 활동하고 있다.
KLACC 이관복 센터장은 “어렵게 단도박을 결심하고 사회로의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 노력하는 회복자들을 돕기 위해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선=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