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여친에게 염산 뿌려” 어린이 만화 황당 여혐 묘사

입력 2019-12-23 15:36 수정 2019-12-23 17:31
어린이용 만화책에 '이별을 통보한 여자에게 염산을 뿌리는 장면'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트위터 캡처

어린이용 만화책에 이별 통보를 한 여자친구에게 염산 테러로 복수를 하는 남성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비난이 빗발치자 출판사 측은 해당 만화책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된 만화책은 지난 5일 출간된 ‘태경TV 학교탈출’로 7세 이용가 만화책이다. 해당 도서는 구독자 143만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브 채널 ‘태경TV’의 내용과 캐릭터를 가져온 것이다.

‘태경TV’는 유명 유튜버 도티가 대표로 있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샌드박스 소속으로,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주제로 유튜브 방송을 운영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해당 책에서는 ‘무척 도도하고 건방진’ 여성이 남성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여자에게 버림받은 남자’가 복수심에 불타 몰래 여자 주변을 맴돌다 여성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는 내용이 괴담처럼 묘사됐다. 또 ‘여자는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변해 버렸다’며 염산에 얼굴이 녹은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됐다.

이후 SNS에서는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어린이들에게 ‘여성혐오’를 조기 교육하다니 너무 불편하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잔인하다” “작가도 문제지만 이걸 그냥 내보낸 출판사 잘못도 크다” “여자친구랑 헤어지면 염산을 뿌려도 되는 거냐”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유명 유튜버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화책이 만들어진 만큼 아이들의 모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네티즌은 “아들을 보여주려고 샀다가 해당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아이들이 이걸 보고 모방할까봐 바로 폐기했다”고 전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에도 13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캡처

이에 출판사인 대원키즈 측은 해당 만화책을 전량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대원키즈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전량폐기를 결정했다”며 “오늘 중으로 온라인 서점에서도 (만화책이) 절판될 예정이다. 검수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경TV에서 내용과 캐릭터를 따오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스토리는 작가가 창작한 것”이라며 “추후 문제가 된 부분을 드러내고 책을 새로 출간할지 아니면 아예 책을 내지 않을지 논의할 방침이다. 이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설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