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단속 실패한 美민주당…트럼프 ‘탄핵반대’ 시사 상원의원 나와

입력 2019-12-23 15:12 수정 2019-12-23 17:03
더그 존스 상원의원 “(트럼프) 무죄와 일치하는 설명 있다면 그 길 갈 것”
민주당 상원의원 중 처음으로 ‘탄핵 반대’ 입장 시사
존스의 지역구는 공화당 텃밭인 앨라배마주
내년 재선 승리 위해 ‘탄핵 반대’ 입장으로 기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서 갈 길 바쁜 민주당에 악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더그 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상원 표결에서 당론과 달리 ‘탄핵 반대’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더그 존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모습. AP뉴시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위해 상원에서 20표 넘는 공화당의 반란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집안 단속에 실패한 꼴이 됐다. 존스 상원의원이 ‘탄핵 반대’에 한 표를 던질 경우 민주당은 21표 이상의 공화당 반란표가 요구되는 처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존스 상원의원의 지역구는 공화당의 텃밭인 앨라배마주다. 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탄핵 반대를 시사하고 나선 것은 지역구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존스 상원의원은 22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위기를 몰고 온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점(얼룩·의혹)들이 이어져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며 탄핵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점들이 이어지지 않고 (트럼프의) 무죄와 일치하는 다른 설명들이 있다면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 상원의원은 또 “(트럼프의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부분과 전체 그림 사이에는 갭(틈)이 있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민주당 존스 상원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표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확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민주당 상원의원 중 상원 탄핵안 표결에서 ‘탄핵 반대’ 입장에 설 수 있음을 밝힌 것은 존스 상원의원이 처음이다.

존스 상원의원의 스탠스는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고, 트럼프 진영에는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 틀림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탄핵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뒤 민주당을 탈당해 공화당에 입당한 제프 반 드루 하원의원을 성대하게 환영하기도 했다.

존스는 민주당 내에서 매우 온건한 성향의 의원으로 분류된다. 존스는 당시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이던 제프 세션스가 트럼프 행정부 첫 법무장관으로 기용되면서 의원직을 내놓는 바람에 2017년 12월 실시됐던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상원의원 배지를 달았다.

세션스의 잔여 임기를 떠맡은 탓에 존스는 재선을 하기 위해선 2020년 11월 상원의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앨라배마주에서 상원의원 4선을 지낸 공화당의 거물 세션스는 지난달, 2020년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존스는 보수적인 앨라배마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설 세션스를 꺾기 위해 탄핵 반대 입장 쪽에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