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가에게 버려진다는 것, 한 번도 힘든 일을 두 번이나 겪은 개. ‘내가 뭘 잘못했을까’ 라며 자책하는 듯한 표정으로 처음 버려졌던 보호소에 다시 돌아온 진돗개 진희 사연이 네티즌을 울리고 있다. 유기와 파양 등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반려견 입양 문화를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씁쓸함을 안겼다.
동물보호단체 행동하는 동물사랑은 최근 “파양하고 싶다”고 다짜고짜 전화 온 입양자로부터 진희를 데려왔다고 밝혔다. 입양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그 가족들이 “당장 데려가라”고 윽박질렀다. 아버지는 단체 관계자에게 욕설까지 했다.
진희의 입양자는 봉사자였다. 산책할 때만 배변을 하던 진희를 돌보다가 정이 들었다고 했다. 진희는 2013년부터 이 단체에서 지냈던 개였다. 지난 3월 입양자는 임시 보호 형태로 진희를 데려갔다. 단체 관계자는 당시 입양자에게 “진희가 죽기 전에 쉼터를 나가 집이란 곳에서 밥 먹어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 부담 갖지 말고 못 키우겠으면 바로 말해달라 했다”고 했다. 진희를 데려간 지 한 달 뒤 입양자는 어머니가 더 진희를 좋아하신다며 진희를 정식으로 입양했다.
그러나 9개월 뒤인 12월 입양자의 어머니는 “진희때문에 가족 불화가 심해졌다. 진희를 데려가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단체 관계자들은 수의사 가족에게 입양된 뒤 개 농장 마을로 보내진 ‘밀키’라는 진돗개를 최근 찾던터라 진희를 보호소로 서둘러 데려왔다. 단체 관계자와 봉사자들은 최근 밀키를 찾는 전단을 만들어 부착하고, 틈틈이 개 농장 마을에 가서 밀키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진희는 파양자의 집에서 파주로 오는 차 안에서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표정으로 숨죽여 왔다”며 “보호소 앞에서 한참 바라보며 안 들어가려고 버티다가 ‘빠방 온다’는 말에 몇 년을 지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어 “진희가 받은 상처를 대체 어떻게 어루만져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이 관계자는 “입양을 원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 개를 키우면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상세히 말하지만 아직 입양을 쉽게 생각하고 데려가 보고 아니면 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이를 버릴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