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하면 신고하려고…” 일본차 따라다녔다는 운전자

입력 2019-12-23 11:57
22일 오전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 작성자는 일본산 렉서스 차량을 40분 이상 따라다녔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본산 차량 운전자를 신고하기 위해 40분 이상 따라다녔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50분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3자리 쪽XX차 발견 !!’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 es300h’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첨부됐다.

작성자는 “일요일이라 시간도 많다. ‘한 번만 걸려라’ 하며 40분 이상을 따라 다녀봄. 걸려라 걸려라 하면서. 위반안함. 아놔”라고 적었다. 해당 차량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신고하기 위해 쫓아다녔다는 것이다. 이 게시글은 이날 3만회 이상의 조회수와 270회 이상의 추천수를 받으며 보배드림 인기글에 올랐다.

이 같은 행위의 정당성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불붙었다. 3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관련 게시글들도 우후죽순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응원합니다” “저도 따라가면서 신고하고 싶은데 아직 보이질 않는다”며 작성자에 동조했지만 대다수 네티즌의 반응은 ‘과하다’는 것이었다.

한 네티즌은 “신호를 위반해서 찍은 거면 모르겠으나 단지 일제차라는 이유로 40분간 쫓아다닌 것은 자랑할 짓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원글 내용도 그렇지만 이런 글에 동조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충격적”이라고 적었다.


22일 오후 올라온 사관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결국 이 게시글은 같은 날 다수 네티즌 신고를 받고 열람 불가 상태인 ‘블라인드’ 처리됐다. 이에 작성자는 오후 6시32분 “보배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는 사과글을 게시했다.

사과글에서 작성자는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셨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반성하고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어 “그래도 3자리(번호판)가 보이면 꾸준히 인증하고 위반하면 신고하렵니다”라며 “다음부턴 일본차를 폭파하셔야 합니다”고 적기도 했다.

앞서 지난 9월 1일 ‘123가4567’ 형태의 8자리 번호판 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일본차 운전자에 대한 낙인 찍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바뀐 번호판이 일본산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일본차를 구매한 식별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게시글에 등장하는 렉서스 차량 역시 기존 7자리 번호판이 아닌 한글 앞 숫자가 3자리인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일본산 차주들에게 경고하는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 ‘보배드림’에는 8자리 번호판을 단 일본차 목격담과 함께 불매운동 이후 차를 구입했다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올라온 바 있다. 지난 10월 23일과 26일 각각 ‘진짜 이런 매국노가 있네’ ‘춘천에 매국노 추가요’의 제목으로 8자리 번호판을 단 렉서스 차량을 고발하는 글들이 게재됐다. 각각 약 2만260회와 1만1100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글에 올랐다.

또 10월 30일에는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혼다 ‘파일럿’ 사진과 함께 “전 국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일본을) 확실히 밟을 수 있는데”라며 “하필 우리 아파트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 씁쓸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있다. 이 글 역시 약 9만7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409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