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운영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인 ‘가족 공동 경영’에 반해 일방적인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23일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은 먼저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의 개인적 불찰과 미흡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며 “다만 한진칼과 그 계열사(이하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원은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시는 등 가족에게 화합을 통한 공동 경영의 유지를 전했다. 선대 회장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히기도 했다”면서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하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또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원은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경영권 갈등이 봉합된 것처럼 비춰졌던 한진 그룹 남매 간의 갈등이 재차 불거지는 모양새다.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의 지분율은 장남인 조원태 회장이 6.46%,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3%,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2%, 어머니 이명희 고문이 5.27%다. 삼남매의 지분율 차이가 불과 0.03~0.04%에 불과해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