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에게 1억 받은 검찰공무원…“뇌물 무죄라도 징계는 정당”

입력 2019-12-23 10:19 수정 2019-12-23 10:35

검찰 공무원이 수사하면서 알게 된 피의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선고를 받았더라도 강등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검찰 공무원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2월 서울서부지검 형사부에서 근무하던 중 피의자 B씨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09년 B씨의 사업에 6500만원을 투자했다가 3년 뒤 원금 및 수익금 명목으로 1억6800만원을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5년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항소심에서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뒤집혔고, 2017년 3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1심 진행 중이던 2014년 A씨를 청렴·성실·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파면하고 7115만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이후 A씨가 무죄 확정되자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는 파면에서 해임으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그러나 A씨는 이에 불복해 2017년 8월 행정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A씨는 품위유지의무만을 위반한 것이라며 해임 처분을 취소했다.

대검찰청은 같은 해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번에는 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강등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과도한 징계”라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정당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기 혐의로 B씨를 직접 조사했었고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검찰 공무원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인 B씨와 교류하고 돈을 거래한 행위는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씨와 교류하는 행위가 제3자에게 드러나 사업 운영에 무혐의 도움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A씨의 투자 기간 중에도 B씨가 사기로 형사처벌을 받은 점을 볼 때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한 측면이 완전히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