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크리스마스 선물’ 늦춰 미국에 ‘새해 선물’ 도발 가능성
미국, 북한 도발에 군사적 위협보다 기존 제재 더욱 엄격히 이행할 듯
트럼프 탄핵 상황도 변수…북한 실제 도발시, 트럼프에 비판 집중될 듯
북한이 경고한 ‘크리스마스 선물’과 관련해 미국이 실시간 북한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기를 늦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해 신년사 이후 도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에 보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라 ‘새해 선물’이 되는 셈이다.
미국은 핵실험보다는 미국 연안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ICBM을 쏠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의 도발을 회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북한 문제를 가져간다면 새로운 대북제제를 만들기보다는 북한 해외 노동자 본국 송환 등 기존의 대북제재를 더욱 엄격하게 이행하는 방안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북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리아 미군 철수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종이호랑이’라는 그의 특징을 형성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위협은 2017년 (화염과 분노로 북한을 경고했을) 때와 비교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군사비 지출을 두려워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긴장 수위를 높이지 않거나, 높이더라도 결정적 순간에는 발을 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미국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군과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동태를 한 시간 단위로 추적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미국 연안에 도달할 능력이 있는 북한의 임박한 ICBM 시험 발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미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어떤 좋은 선택도 없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NBC방송과 CNN방송은 북한이 최근 장거리 미사일 생산과 연관된 공장을 확장했다는 위성 사진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북한의 ICBM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각각 전화통화를 갖고 대북 문제를 논의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오늘 밤에 싸워도 승리할 수 있는 높은 대비태세 상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대북 제재의 강도 높은 이행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빠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탄핵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는 폴리티코에 “(내년 있을) 미국 대선과 탄핵 절차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아마도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몰리면서 (북한과의) 합의에 더 절박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예측된 데다가 미국의 경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북한이 도발 시점을 늦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시점이 문제일 뿐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것은 확실시된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도발을 행동을 옮길 경우 그동안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