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에서 유럽연합(EU) 탈퇴협정 법안이 20일(현지시간) 가결되면서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 단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서두를수록 스코틀랜드의 독립 추진도 그만큼 빨라지게 됐다.
영국 하원은 20일(현지시간) ‘브렉시트법’으로 불리는 ‘EU 탈퇴협정밥안(WAB)’을 제2독회 표결에서 찬성 358표, 반대 234표로 가결했다. 영국의 법안 심사과정은 3독회제를 기본으로 하는데, 제2독회를 통과했다는 것은 하원이 법안의 전반적 원칙을 승인했다는 의미다.
하원은 이날 제2독회 표결 직후 별도 의사일정 안을 통과시켰는데, 내년 1월 7~9일 WAB에 대한 추가 토론을 가진 뒤 제3독회 표결에 붙이게 된다. 집권 보수당이 다수를 차지한 만큼 제3독회 표결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상원을 거쳐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가진다. 존슨 총리가 공언했던대로 내년 1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브렉시트 단행 이후다. 보수당은 이번 표결에 앞서 WAB에 정부의 브렉시트 추진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여기에는 의회가 브렉시트 과도기(2020년 12월 31일까지)를 연장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즉 브렉시트 단행 이후 11개월 안에 EU와 무역 협정 등 미래관계 협상을 모두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최소 3년 필요한 만큼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만큼 영국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다. 스코틀랜는 이번 조기총선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해온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의석 59석 중 48석을 석권했다. 그리고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분리독립 주민투표 초안을 담은 문서를 공개했다. 스터전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개최 입법권한을 스코틀랜드 의회에 부여할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앞서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독립 반대가 55.3%를 차지하며 부결됐다. 그러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을 계기로 스코틀랜드에서는 다시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스코틀랜드는 EU 잔류를 지지하는 여론이 높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스코틀랜드가 법적으로 유효한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려면 영국 의회의 인가가 필요하다.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듬해인 2017년에도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했지만 의회 상정을 거부했다. 존슨 총리는 “2014년 주민투표 결과를 한 세대 동안은 지키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2014년 주민투표가 2016년의 브렉시트 투표보다 2년 먼저 치러진 것이어서 그 결과를 한 세대 동안 지키기로 한 약속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분리 독립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으며 강경파는 영국 의회의 허가 없이 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주민투표를 실시해 독립 의견이 많이 나오더라도 중앙 정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만큼 SNP는 주민주표 실시와 관련해 법적 근거를 따지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