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텔 방화범 “누군가 나를 위협해” 진술… “전문가 감정 검토”

입력 2019-12-22 19:49 수정 2019-12-22 21:37
모텔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가 해당 모텔에 투숙하기 위해 길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이 광주 모텔 방화범의 진술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전문가 감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2일 모텔방에서 불을 질러 33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로 긴급체포한 김모(39)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5시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 3층 객실에서 베개 등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불을 지르고 달아나다 연기를 흡입한 김씨는 이날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이송돼 치료를 받다 체포됐다. 정밀검사를 거쳐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은 이날 오후 김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라이터를 이용해 베개에 불을 붙이고 객실 내 있던 화장지를 이용해 불을 키웠다”며 범행 과정에 대해선 일관된 진술을 이어갔다.

그러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누군가가 나를 위협한다”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치료한 병원 측에 따르면 김씨는 치료과정에서도 무작정 화를 내거나, 횡설수설 언행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의 공식적 정신병력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비이성적 진술을 반복하고 있어 전문가 정신 감정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주변인들에 대한 추가조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명확히 밝힐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의 진술 내용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며 “정확한 것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일인 22일 오전 0시쯤 알 수 없는 이유로 주거지로 귀가하지 않고 혼자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모텔은 객실 32개를 보유한 5층짜리 건물이다. 사건 당시 모텔에는 50여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다. 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30여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사망하고 31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약 20분 뒤인 오전 6시7분쯤에 화재를 진압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