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한 엄마, 아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의 공통점이라는 글을 언젠가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본 아름다운 풍경 일색이더군요. 해외여행, 등산 등 여행 사진이 올라오는 경우도 자주 있고요. 그런데 이런 평범한 자기소개 사진마저 부럽다고 한 네티즌이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 남들처럼 여행을 가지 못하는 엄마가 계셨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런 푸념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막장 커뮤니티로 치부되는 ‘야갤’에서 얼마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한 네티즌은 지난 18일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야갤)에 ‘울 엄마 ㄹㅇ..이건 좀 짠함’이라며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울긋불긋한 단풍 옆으로 폭포가 흐르는 어느 고요한 숲속의 사진을 배경으로 한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함께요. 화질이 흐릿한 이 사진은 엄마가 산에 가서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 TV 화면을 찍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집에 놀러 갈 돈이 없어서 가끔 티비에 예쁜 풍경 나오면 티비 모니터 사진 찍어서 카톡 프사로 해둔다”고 엄마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조롱과 비방이 난무하는 커뮤니티 특성상 좋지 않은 댓글도 없지 않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글을 보고 울었다” “가슴 아프다”며 그를 위로했습니다. 이 글에는 순식간에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글쓴이는 많은 네티즌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남겼습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연락이 닿은 몇몇은 그에게 후원금을 주었고, 또 누구는 치킨이나 케이크 등 먹을 것을 선물했습니다. 소형 마사지기를 선물한 이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어머니께 효도하라”는 말을 남기면서요.
그는 쏟아진 온정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항상 감사하고 저도 어려운 사람이 나타나면 베푸는 삶의 자세를 가지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익명을 빌려 저에게 큰 도움 주신 분들 덕에 항상 세상은 아직 따듯하다고 느낀다”며 “여러분들 덕에 오래간만에 어머니 아버지가 웃으시는 모습을 봤다. 은혜를 잊지 않고 항상 열심히 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오붓하게 보쌈을 시켜 나눠 먹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패드립(패륜적 농담)마저 올라오는 야갤에서의 벌어진 일이라며 이를 순수하게만 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려운 사정으로 여행 한 번 가지 못한 엄마를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을 깎아내릴 권리는 우리에겐 없습니다. 모르는 이들이 전해준 온기에 오열했다는 ‘흙수저’ 야갤러(야구 갤러리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의 앞으로의 인생을 기자도 응원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