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임박했나…합참 지통실 찾은 정경두 장관

입력 2019-12-22 17:52 수정 2019-12-22 18:02
정 장관 “北동향 예의주시…대비태세에 만전 기하라” 당부
국방부 관계자 “특이동향 포착됐기 때문은 아니다”
미군은 연일 한반도에 정찰기 띄워 ‘대북감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사진)이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지난 21일 방문해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 미국은 주말에도 한반도에 정찰기를 연이어 띄우며 대북 감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사 도발 징후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정 장관의 합참 지통실 방문 사실을 22일 공개하며 “정 장관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에서 두 차례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히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도발에 임박한 북한 동향이 포착됐기 때문에 정 장관이 합참 지통실을 방문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정 장관이 이날 오후 국방부에서 대체복무 관련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과 관련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지난 21일 이뤄진 정 장관의 합참 방문 일정도 공개했다.

미 공군의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2014년 12월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는 모습. 미 공군

미국은 대북 감시를 한층 강화했다. 22일 항공기 이동을 모니터링하는 민간 트위터 계정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미 공군의 RC-135W ‘리벳 조인트’ 정찰기가 한반도에서 3만1000피트(약 9.4㎞) 고도로 비행했다. 이 정찰기는 신호·통신 정보를 수집해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 전날에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와 주요 장비, 병력 이동을 파악할 수 있는 미 공군의 E-8C ‘조인트 스타스’ 1대가 한반도 상공에 뜬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에는 정찰 비행이 집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에 비춰 북한에서 특별한 군사 동향을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리벳 조인트(RC-135V)와 조인트 스타스는 북한의 지난달 27일 초대형 방사포 연발 사격 시험에 임박해 연이어 한반도에서 정찰비행을 했다. 군 소식통은 “미군 정찰기는 매달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데 북한에 특이동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로 정찰자산을 투입하곤 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막기 위한 경고 목적으로 정찰 항적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군은 지난 13일까지 한반도 상공에서 정찰기 항적을 거의 매일 노출시키다가 지난 14일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미군 정찰비행이 민간 추적 사이트에 다시 포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일부터였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과 함께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우리가 항상 매우 높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곳들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모토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밤에라도 싸워 이길 대비태세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날 북한은 스스로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앞두고 군사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내보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2일 전했다. 통신은 “자위적 국방력을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했다. 이 회의는 하루 지난 사실을 보도하는 북한 매체 특성상 정 장관이 합참을 찾아간 지난 21일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 16일 보도하며 공개한 사진. 왼쪽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통신은 “(동행한 일꾼들 모두)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 안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앞서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그다음 날인 지난 4일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은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미국에 있어서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