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 없는 선수가 목표” 질롱에서 존재감 발휘한 배지환

입력 2019-12-23 04:00
질롱 코리아 배지환. SMPIMAGES/ABL Media 제공

지난해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내야수 배지환(20)은 올해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타격왕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 배지환은 겨울 휴식을 반납하고 호주프로야구(ABL) 2019-2020시즌 질롱 코리아에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배지환은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 시즌 경기 출전이 부족했다는 판단이 들어 윈터리그에서 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기왕 뛴다면 한국 선수들과 뛰고 싶었다”며 “질롱 선수들 중에는 경북고 동창인 배현호·신효승(이상 키움 히어로즈)과 특히 가깝다. 이제는 모두와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배지환은 22일까지 호주리그에서 19경기에 나서 타율 0.297 2홈런, 0.416의 출루율로 팀의 리드오프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또 질롱에서 팀내 최다 도루(6개)를 기록했다. 호타준족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배지환은 “워낙 다양한 선수들이 호주로 오다 보니 투수의 수준이 다양하다”며 “타격 성적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호주에서 주루나 수비 등에서 개인적인 기량 발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어서 좋았다”고 돌아봤다.

올해 싱글A에서 배지환은 아마시절 주포지션인 유격수(33경기)보다 2루수(43경기)로 더 많이 선발 출장했다. 배지환은 “제일 편한 것은 유격수가 맞다”면서도 “다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야 미래가 있을 것 같다 판단해 구단에 2루도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유격수와 2루 모두 편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시드니 블루삭스와의 경기에서 유격수로 나서 한 경기 4개의 실책을 범한 것에 대해서는 “준비가 부족해 실전 감각이 떨어졌던 내 잘못”이라고 돌아봤다. 배지환은 이후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질롱 코리아 배지환. SMPIMAGES/ABL Media 제공

당초 질롱과 합의된 5라운드를 마친 배지환은 호주를 방문한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한국으로 돌아가 잠시 머무를 예정이다. 배지환은 “좋은 경험을 했다. 질롱 동료들과 또 같이 야구하고 싶다”며 “비시즌에 윈터리그를 뛰니 피곤하긴 하다. 한국에서는 푹 쉬겠다”고 전했다. 호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으로는 “내가 지는 것을 싫어하는데 2라운드 브리즈번 밴디츠와의 4연전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게 참 아쉽다”고 되새겼다.

배지환의 롤모델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코리안리거 맏형 추신수(37)다. 배지환은 “추신수 선배를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나도 맨 처음에는 좌투좌타 외야수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마이너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하시는 점이 가장 존경스럽다”며 “내가 정말로 가고 싶은 길”이라고 말했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32)와 한솥밥을 먹었던 데 대해서는 “강정호 선배가 야구 내외적으로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돈 주고도 못 살 경험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진출 2년 만에 싱글A 타격왕(타율 0.323)을 차지할 정도로 배지환은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고 있다. 내년 목표를 묻자 “(더블A나 트리플 A등) 특정 리그에서 뛰겠다는 것은 스스로를 조급하게 할 것 같다”며 “올해(86경기)보다 내년에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명확한 선수보다는 공수주 모두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