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완화조차 상쇄하는 경기부진 탓도
격차 커지면 자본유출 우려·대외 건전성 악화↑
한국과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 움직임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달 들어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점, 옅어진 대외 불확실성이 미치는 영향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한국과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 격차가 더 커지면 자본유출, 단기외채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한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는 지난 20일 장중 0.269%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국은 1.673%, 미국이 1.924%에 거래를 마쳐 격차를 다소 줄였지만 여전히 차이는 상당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던 두 국채의 금리는 지난 4일 1.700% 선에서 교차한 뒤로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미 장기국채 금리가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보이는 배경에는 중앙은행의 엇갈리는 내년 통화정책이 있다. 한은은 향후 기준금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동결에 무게를 둔다. 한은의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융통화위원 2명이나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이와 딜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 17명 중 13명이 내년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옅어지는 대외 불확실성도 격차 확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묶여 있던 자금은 미국의 증시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는 미국 국채의 금리 상승(채권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의 국채 금리 상승 압력은 제한적이다.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 시장금리를 찍어누르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2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시장금리와 비례 관계인데, 한국은 저성장·저물가 기조로 가고 있어 국채 금리도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여기에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신흥국 중 한국 국채가 가장 안정성이 높아 투자 매력이 높다. 이들의 수요로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본유출과 대외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익률이 더 높은 미국 금리 쪽으로 자본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외국인 채권 투자자는 국내 은행의 외환지점에서 선물환으로 원화를 사들여 국내 채권에 투자를 하는데, 이 때 은행은 미래의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리 달러를 차입한다. 이는 단기외채 증가로 이어져 대외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