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텔 방화범 산소 호흡기에 발작 증세… 경찰 조사 차질

입력 2019-12-22 17:10 수정 2019-12-22 19:09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감식반원들이 22일 광주 북구 두암동 모텔 방화 사건 현장에서 화재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모텔 방화범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고 있어 경찰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2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긴급 체포된 김모(39)씨가 현재 광주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받고 있어 조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이날 오전 0시쯤 광주 북구 두암동 모텔 3층 객실에 사흘 치 숙박비를 치르고 입실했다. 이후 오전 5시45분쯤 모텔방 안 베개에 불을 지르고 화장지와 이불 등으로 덮어놓은 뒤 도주했다.

김씨는 놓고 온 짐을 찾으러 다시 모텔방에 들어가다 연기를 흡입하고, 등에 화상을 입었다. 이후 119 구조대에 의해 모텔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기를 흡입한 김씨는 산소 호흡기를 꼽고 있고, 발작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김씨가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경찰서로 압송해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가 방화 혐의를 인정해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모텔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39)씨가 해당 모텔에 투숙하기 위해 길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긴급 체포 후 경찰관에게 “내가 불을 질렀다. 연기가 치솟아 무서워서 방을 나갔다가 짐을 놓고 와 다시 들어갔다”며 “다시 모텔로 돌아와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불이 크게 번졌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초라하게 살고 싶지 않아 죽으려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씨가 신변을 비관해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범행 동기와 정황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불은 김씨가 머문 모텔방 객실을 모두 태우고 진화됐으나, 연기가 모텔 내부로 퍼져 투숙객 2명이 사망하고 3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화재가 발생한 모텔은 객실 32개를 보유한 5층짜리 건물이다. 사건 당시 모텔에는 50여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다. 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30여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