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옛 프랑스 식민지인 코트디부아르에서 “프랑스의 식민주의는 중대한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서아프리카의 젊은 층을 겨냥해 “우리는 식민 통치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다. 프랑스와 새로운 우정의 협력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다.
코트디부와르와 니제르 방문 3일 간의 여정 중 이날 코트티부와르의 행정도시 아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과거에 패권주의적 시각과 식민주의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사과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기자회견 당일 42세 생일을 맞은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과거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규정하는 등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역사관을 보여왔다. 그리고 취임 이후엔 식민통치 시절 프랑스군이 아프리카에서 약탈했던 문화재를 반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마크롱 대통령은 서아프리카 8개국과 중앙 아프리카 6개국이 단일 화폐로 사용해온 세파프랑(CFA프랑)을 종식시키는 ‘화폐 개혁’을 축하했다.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이들 나라에서는 1945년 프랑스 주도로 세파프랑이 만들어졌다. 프랑스 재무성이 세파프랑을 보증하는 대신 이들 국가는 외환의 50%를 프랑스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세파프랑은 중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정치적 독립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상징이 되어 왔다. 화폐 개혁에 따라 내년부터 새로 사용되는 화폐 이름은 ‘에코’이며, 외환의 절반을 프랑스에 보관해야하는 의무 조항도 종결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개혁과 재정적·경제적 자립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아프리카 청년 세대는 화폐 개혁을 식민주의 탈피의 위업으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서아프리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의 위협에 맞서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사헬 지대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조직들이 세력 확장을 꾸준히 시도하는 지역이다. 프랑스는 지난 2013년부터 서아프리카와 중앙 아프리카 지역에 약 4500명의 군대를 주둔시킨 뒤 테러 격퇴전을 벌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에 프랑스군 주둔지를 들러 군인들을 독려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군이 말리 중부에서 33명의 IS대원을 소탕한 사실을 든 뒤 “최근 서아프리카 지역이 무장단체들의 위협을 받았지만 우리 프랑스의 결의는 확고하다. 앞으로도 테러 세력의 위협에 맞서서 그런 전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내년 1월 중순 사헬 지대 전투와 프랑스군과의 합동작전을 위해 서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을 모두 초청,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프랑스에서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파업으로 인해 수도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교통 시스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운송 회사 및 기관이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면서 기차, 지하철, 버스 등의 운행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연휴를 맞아 고향으로 가려던 사람들은 방문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앞서 노동계에 “크리스마스 연휴에 프랑스인들이 가족들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며 휴전을 요청했지만 노동계는 내년 1월 9일 추가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 계획을 알리며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연금개편 파업을 둘러싼 협상은 내년 1월 재개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