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국내 팬들의 민심을 잃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욱일기’를 반복 게재한 데다 꼼수 사과 논란을 일으켜서다.
리버풀은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에서 플라멩구(브라질)를 1대 0으로 꺾었다. 우승 직후 리버풀 SNS 일본 계정에 올라온 우승 축하 그림이 논란에 휩싸였다. 우승 트로피를 든 위르겐 클롭 감독의 등 뒤로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이 퍼져 나가는 욱일기 문양이 사용돼서다. 심지어 리버풀 공식 계정이 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기까지 했다.
리버풀은 이보다 앞선 20일에도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터콘티넨털컵에 나섰던 구단의 활약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예고 영상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영상의 섬네일에 욱일기 이미지를 썼다. 인터콘티넨털컵은 클럽월드컵의 전신이다. 해당 영상은 전날 영입된 미나미노 타쿠미(일본)의 인터뷰와 함께 게재돼 파장이 더 컸다.
리버풀은 한국 팬들의 항의에 21일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SNS 계정에만 올린데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게 제한을 걸어뒀기 때문이다. 사과문을 올린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욱일기를 사용한 리버풀에 팬들의 분노는 더욱 증폭됐다. 리버풀이 시장 논리에 따라 규모가 더 큰 일본 팬덤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올 한 해에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슈퍼컵, 클럽월드컵 등 3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수많은 한국 팬들을 끌어 모은 리버풀이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
욱일기 사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땐 FIFA는 공식 SNS와 공식 주제가의 뮤직비디오에 욱일기를 등장시켰다가 항의를 받고 교체했다. 스페인 라리가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이 욱일기 문양을 SNS에 활용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45) 성신여대 교수는 이번 사태에 공식 항의 한다는 계획이다. 서 교수는 22일 오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선 욱일기를 오랜 기간 사용한 전통 깃발이라 말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타국을 침공할 때 전면에 내세웠기에 전범기임을 부정할 수 없다”며 “유럽인들에겐 그런 인식이 없는 상태이기에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사례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리버풀의 경우 항의를 받고 하루도 안 돼 반복 게재해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며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나 UEFA, FIFA 같은 상위 주체를 통해 공식적인 항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