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광주 모텔 방화사건 용의자가 방화 이유에 대해 “신변을 비관해서”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묻지마 방화’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방화 용의자 김모(39)씨는 22일 0시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로 들어갔다. 가방을 양손에 든 김씨는 3층 모텔방 열쇠를 받아 방으로 들어갔다. 6시간 후인 오전 5시45분쯤 그가 묵던 모텔방에서 연기와 함께 화염이 치솟아 올랐고, 불길은 건물 전체로 번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당시 모텔에는 투숙객 5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이중 2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30여명은 4~5층에 갇혔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1명이 연기흡입으로 숨졌고 32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장 먼저 구조된 김씨는 단순 부상자로 분류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에 “내가 불을 질렀다”고 실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오피스텔에 거주하지만, 이날은 모텔에 투숙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화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불이 번질 수 있도록 베개에 불을 붙인 뒤 화장지를 풀어 올려놓고 이불로 덮어놓았다. 김씨는 불이 붙자 방을 나왔으나 짐을 가져오기 위해 다시 모텔방에 들어갔다. 김씨가 불을 낸 객실 방문을 열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한다.
김씨도 방문을 열자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 역시 연기를 마시고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김씨가) 신변을 비관해 ‘묻지마 방화’를 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며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