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텔 방화 용의자가 22일 경찰에 체포되면서 “불을 지르고 무서워 도망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날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김모(39)씨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5시45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 한 모텔 3층 객실에서 불을 지르고 달아나 사망자 2명과 부상자 31명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200여명의 인력과 40여대의 소방장비를 투입해 약 20분 뒤인 오전 6시7분쯤 화재를 진압했다.
경찰은 모텔의 3층 특정 방에서 불이 급속히 번진 점을 토대로 화재 초기부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씨가 숙박한 3층 객실 침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또한 화재 직후 한 남성이 “불이야”라고 소리 지르며 모텔을 빠져나간 모습이 CCTV에 확인됐는데, 경찰은 해당 남성이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추적했다.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씨가 비교적 초기에 대피해 그을음 흔적이 적은 점을 토대로 그에게 접근해 “불을 질렀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김씨는 “제가 불을 지른 것이 맞다”고 실토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불을 지르고 무서워 도망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베개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이불을 덮자 연기가 올라와 무서워 도망쳤다. 짐을 챙기려 다시 모텔로 돌아와 방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불이 크게 번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가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초라하게 살고 싶지 않아 죽으려고 불을 질렀다”는 등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도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대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일인 22일 오전 0시쯤 알 수 없는 이유로 주거지로 귀가하지 않고 혼자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역시 유독성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해 북부경찰서 소속 수사관 70여명을 수사에 투입했다.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한 정식 조사는 김씨의 치료가 끝나야 가능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김씨의 정신병력, 자살시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김씨가 치료를 마치는 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불이 난 모텔 건물은 3급 특정 소방대상물로 스프링쿨러를 설치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모텔은 객실 32개를 보유한 5층짜리 건물이다. 사건 당시 모텔에는 50여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다. 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30여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휴일 새벽에 화재가 발생한 데다 중간층인 3층에서 불이 시작돼 투숙객들이 바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모텔 외부는 벽돌로 이뤄져 외관상 불에 그을린 흔적이 확인되지 않지만 공개된 내부 사진에서는 검게 그을린 벽면이 확인되고 있다. 모텔 내부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까지 검게 그을렸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