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 추정 구멍 뚫린 두개골 등 40여구 유골 옛 광주교도소에서 무더기 발견

입력 2019-12-22 15:12

옛 광주교도소에서 구멍 뚫린 두개골과 어린이 추정 유골 등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구가 무더기 발견됐다. 5·18기념재단과 법무부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암매장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에 들어갔다.
22일 법무부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공동묘지 이장 과정에서 40여구의 신원미상 유골이 발굴됐다. 개장작업을 하던 중 박스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합장묘 봉분 속에서 법무부 관리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유골 40여구가 발견됐다. 어지럽게 뒤섞인 유골들은 1.5m 깊이로 묻힌 합장묘를 개장하기 위해 봉분 흙더미를 20~30㎝ 걷어내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땅 속에 매장된 합장묘 구조물 위에 다른 유골들이 묻혀 수습했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 의문사조사위, 군 부대로 구성된 합동감식반 육안 감식 결과 신원미상 유골 40여구 중에는 구멍 뚫린 두개골과 어린이로 추정되는 유골도 포함돼 있었다. 유골발견 장소에서는 법무부와 광주시가 광주교도소 이전 이후 솔로몬 로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묘지이전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솔로몬 로파크는 일종의 법체험 테마파크로 인권교육 시설과 인권평화기념공원 등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법무부와 광주시 등은 기록에 없는 유골 발견에 따라 5·18 관련성을 검증하기 위한 DNA검사 등 정밀 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5·18 사적지 22호인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당시 3공수 등의 병력이 주둔했다. 당시 계엄군에 붙잡힌 시민들이 수감됐고 시민군과 수차례 총격전이 벌어져 담양 쪽으로 가던 시민군 수십 명이 숨졌다는 군 보안사령부 기록이 작성되기도 했다.
그동안 암매장 추정지로 유력하게 거론된 옛 광주교도소는 계엄군 장교의 증언도 이어져 2017년 11월~12월 50여일간 발굴조사와 수색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1971년 동명동에서 문흥동으로 옮겨온 광주교도소는 지난 2015년 10월 북구 삼각동으로 신축·이전했다. 광주시와 5월 단체들은 5·18 당시 행방불명자들의 유골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남대병원에 보관 중인 유족들의 DNA와 대조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전남대 법의학교실은 5·18 행방불명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 등을 현재 냉동보관 중이다.
5월 단체들은 총상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뚫려 있고 어린이로 짐작되는 작은 두개골이 함께 발견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보안구역인 교도소 내부는 일반인 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재소자 강제수용 시설이라는 점도 암매장 추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합동감식반은 시신 상태보다는 유골 자체를 묻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합동감식반 의뢰를 받은 국과수는 오는 23일 5월 단체 관계자 등과 회의를 갖고 구체적 DNA감식과 참관대상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광주시는 1997년부터 시민제보 등을 토대로 암매장 추정지에서 3~4차례에 걸쳐 발굴 작업을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봉분 20~30㎝ 깊이에 아무렇게나 뒤엉킨 유골이 매장된 것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반증이지만 5·18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DNA 대조작업과 총상여부 확인 등에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