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73)가 20일 대학생 시절 자신을 살뜰히 챙겨줬던 은사와 40여년 만에 재회했다.
이외수는 이날 오후 KBS1TV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1996년 당시 춘천교대 미술 담당이었던 한진구 교수(85)를 찾아 나섰다. 이외수는 “대학생 때 별명이 ‘춘천 거지’였다”며 “돈이 없어서 길에서 노숙도 하고, 15일을 굶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몸무게가 40㎏이었다. 그때 교수님이 밀가루 한 포대를 주시면서 ‘수제비라도 해 먹어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이외수는 47년간 작가 생활을 해왔지만 대학 시절에는 화가를 꿈꿨다고 한다. 그는 “교수님께서 미술실 복사키까지 내게 건네주셨다. 미술 도구가 비싸지 않냐. 그걸 따로 챙겨주셨다”면서 “대학미전에서 상까지 탔지만, 결국 소설가가 됐다”고 말했다.
또 “교수님께서 아마 많이 섭섭하셨을 것”이라며 “내 결혼 선물로 물감을 사오시며 ‘넌 아직 소설가 아니다. 화가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미안함을 드러냈다.
이외수는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내가 두 살 때 어머니가 축농증을 낫고자 수은을 태운 연기를 흡입했다가 수은 중독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충격으로 집을 나가셨다”며 “할머니께서 동냥젖, 개젖으로 날 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후 아버지를 만났는데 그사이 새장가를 드셨더라. 새어머니께 내 존재를 숨기셨다”고 했다.
위암 투병 당시도 언급했다. 그는 “위를 거의 다 절제해야 했다. 메추리알 2알을 한 끼 식사로, 총 여덟 끼를 챙겨 먹었다”면서 “이후 폐기흉, 유방암까지 겪었다. 현재는 완치된 상태”라고 털어놨다.
방송 말미에는 이외수와 한 교수의 극적인 재회 장면이 그려졌다. 캐나다에 거주 중인 한 교수는 이외수를 만나기 위해 14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을 찾았다. 이외수는 “여전히 정정하시다. 그림 필력도 똑같으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외수는 최근 아내 전영자씨와의 졸혼 소식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전씨는 지난 17일 JTBC ‘막나가쇼’에 출연해 올해 4월 44년간의 결혼생활을 졸업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남편과 함께 살 때 손님을 하루에 30명씩 맞아야 해서 지쳤다. 철저히 외로워보자는 생각에 이혼하자고 했더니 졸혼을 권유했다”면서 “그래도 3년은 졸혼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현재 수입이 없다. 이외수의 경제적 지원도 없다. 남편은 내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돈을 안 주면 내가 다시 돌아올 거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