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꺼먼 연기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더라고.”
광주 북구 두암동에서 발생한 모텔 화재를 목격한 인근 식당 주인 A씨(60대)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사고 당일인 21일 오전 분주히 장사 준비를 하느라 인근 모텔 건물에서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그가 밖을 내다봤을 때는 제 발로 뛰쳐나온 다수 투숙객이 길거리에 쓰러져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119구급대의 들것에 실려 나오는 부상자도 여러 명이었다.
119소방대가 도착했을 당시 이 모텔 꼭대기 층인 5층까지 연기가 꽉 들어찬 상태였다. 현장을 지휘한 소방관은 “한 여성 투숙객이 비상계단으로 몸을 피하지 못해 4층에서 스스로 뛰어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뛰어내린 여성은 주차장 지붕으로 추락했고, 다행히 천막이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해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소방당국은 모텔의 3층 객실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지상 5층짜리 건물인 이 모텔에는 총 32개의 객실이 있다. 사고 당일은 주말이어서 대부분 객실에 손님이 차 있었다고 한다. 또, 투숙객이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투숙객 대부분은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연기로 가득 찬 건물에 갇혀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화재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26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것으로 확인했다. 2명의 건강 상태가 위중해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모텔 투숙객이었던 김모(39)씨의 방화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김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모텔에 혼자 투숙했으며, 베개에 불을 붙인 뒤 이불 등으로 덮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또, 두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방문을 열자 갑자기 불길이 크게 번졌다고 말했다.
화재 신고는 이날 새벽 5시45분쯤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불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당국에 의해 22분 만에 진화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