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 문제 언급한 미국에 반발한 외무성 “쥐새끼 찍찍거려도…”

입력 2019-12-22 06:10
뉴시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북미 관계가 예민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인권까지 문제 삼으려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번 입장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의 회동 제안에 불응한 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로버트 데스트로 미국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차관보가 지난 19일 현지 언론에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관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유엔총회에서 반공화국 인권결의를 강압 채택시킨 것도 모자라 미국이 직접 나서서 인권문제를 가지고 우리를 걸고 들었다”고 운을 뗀 외무성 대변인은 “조미관계가 최대로 예민한 국면으로 치닫는 때에 이런 악담질을 한 것은 붙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정세를 더욱 격화시킨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살인과 강간, 인종차별, 이주민 학대 같은 온갖 인권유린의 오물을 안고 있는 주제에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명분도, 자격도 없다”고 강하게 비난한 외무성 대변인은 데스트로 차관보를 향해 “쥐새끼가 찍찍거린다고 고양이가 물러서는 법은 없다”며 “입부리를 바로 놀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데스트로 차관보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8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에 따른 논평 요청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과 같은 인권 유린 국가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이에 대해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제도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의 발로이며 우리 국가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미국이 인권문제를 걸고 들면서 우리 제도를 어찌해 보려 든다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통과 후 나온 북측의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밝힌 입장은 기자의 질의응답 형식을 취하면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동북아 순방을 계기로 제안한 회동에 불응한 채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북한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연말 들어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흔들며 압박 수위를 높여온 북한이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달 하순 예정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비핵화 협상 중지’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