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신임 총무에 김일엽 목사가 선출됐다.
기침은 20일 대전시 유성구 침례신학대학교 대강당에서 제109차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신임 총무 선출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선거는 1번과 2번 후보로 각각 나선 안병창 목사와 김 목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투표 결과 200여 표의 차이를 보이며 김 목사가 낙승을 거뒀다. 1차 투표에선 김 목사가 824명 중 511명의 지지를 받아 314표를 받은 안 목사를 제쳤다. 무효는 4표였다. 하지만 1차 투표는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한다는 회칙에 따라 다득표자로 결정하는 2차 투표를 진행했다. 2차 투표에선 김 목사가 457표를 받았다. 안 목사는 192표를 얻었고 무효는 1표였다.
이번 총무 선거는 지난 9월 강원도 홍천의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진행된 제109차 정기총회에서 당시 총무였던 조원희 목사가 총회 화합 차원에서 총무직을 사임하면서 치러졌다. 당초 조 전 총무의 잔여임기를 맡는 보궐선거로 치러질 것으로 보였지만 5년 임기의 총무선거로 치렀다.
이날 임시총회는 선거 전 시작부터 삐걱댔다. 첫 번째 안건인 ‘108차 특별감사 관련의 건’을 두고 일부 대의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투표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부터다. 해당 안건은 특별감사위원회가 108차 회기 행정집행, 재정집행 등을 감사한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특별감사위원회는 지난 총회에서 108차 임원단의 재정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구성됐다. 총무 후보자로 나온 안 목사는 당시 재정을 담당하는 재무부장이었다.
표결을 통해 순서대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350명으로 반대(305명)보다 많아 예정대로 첫 번째 안건부터 보고됐다. 특별감사위원회는 지난 8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40일간 교단 전체 재정인 16억원의 절반인 8억원 정도가 지출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별감사위원회는 “108차에서 재정 자료가 모두 넘어오지 않아 이번 감사는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8월 20일까지만 확인됐다”면서 “2019년 8월 21일부터 2019년 9월 31일까지 40여 일 간의 자료는 당시 재정부장이었던 안 목사로부터 전달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산 과다지출, 소송 비용 등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안 목사는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후보자 정견 발표 자리에선 “총무 사퇴로 결제 라인이 없어 자료를 보관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교단의 행정 집행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1차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안 목사는 신상발언을 통해 “법원에서 선거 후보를 인정했으나 총회 집행부에서 대의원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만약을 위해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법원에서 여러 가지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후보 사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단과 세상법에 물어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선거는 끝났지만 법리적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임 총무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목사는 “법원 판결문에 따라 교단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했다”면서 “지난 회차의 재정문제는 과거의 일이다.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니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단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