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짜리 수표 기부하며 “인천 ‘장발장 부자’ 사건이 계기”

입력 2019-12-20 18:37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연말연시 익명의 기부 천사가 부산에도 출현했다.

20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5시쯤 해운대구 좌2동 행정복지센터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큰 키에 패딩 점퍼를 입은 이 남성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호주머니에서 1000만원짜리 수표 1장을 꺼내 공무원에게 건넸다. 은행에서 막 찾아온 듯 수표 발행 일자가 17일로 찍혀 있었다.

이 남성은 수표를 건넨 후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행정복지센터를 나가려고 했다. 깜짝 놀란 공무원이 “좋은 일을 하게 된 경위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이 남성은 “저도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저보다 더 못 먹고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아버지와 아들의 마트 절도 사건도 기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인천 한 마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부자가 우유 2팩과 사과 6개를 훔치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이들을 훈방하면서 국밥을 대접했고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도돼 시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이경송 좌2동장은 “연말을 맞아 선행의 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익명의 기부천사가 보내주신 수표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재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