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유효기간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측 관계자가 거론한 ‘크리스마스 선물’의 정체가 무엇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자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일 것이라는 전망과 엄포용 ‘뻥카(속임수)’일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미국 내 대표적 대북 매파 인사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위협에 대해 “엄포일 수 있다”며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연말 시한’을 재차 강조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냐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밝힌 후 그간 북한의 크리스마스 전후 도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난 북한이 하는 모든 얘기를 상당 부분 가감해서 듣는다”며 “이 모든 건 북한의 각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의 지난 3개 정권을 속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이번 정권에도 똑같은 일을 하려고 계획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과의 합의에 필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시간을 끌면 더 나은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며 “우리 그저 지켜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이 지난 17일 내놓은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전망이다. 브라운 사령관은 당시 워싱턴에서 열린 한 조찬행사에서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정체를 묻는 취재진에 “내 예상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일종일 것”며 “시점이 성탄 전야냐, 성탄절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답했다.
관측의 진위와 관계없이 당사국들의 외교 관계자들은 북한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데 이어 19~20일에는 중국을 방문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 중이었던 16일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북한) 우리와 어떻게 접촉할지를 안다”며 북한에 만남을 공개 제안했지만 북측은 묵묵부답이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주 북한 고위급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좀 섬뜩하다”며 “비건의 방한 메시지가 나온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그 침묵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