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근로 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고 취업해 일하다가 숨진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고(故) 최인기씨의 유족이 국가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국가로부터 취업을 강요받았다는 유족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수원지법 민사1단독은 최씨의 아내가 국민연금공단과 경기 수원시를 상대로 낸 3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20일 내렸다.
최씨는 생전 심장혈관 문제로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생계가 끊겨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가 됐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2013년 11월 최씨에게 ‘근로 능력 있음’ 판정을 내렸다. 일하지 않으면 수급권을 박탈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최씨는 힘든 몸을 이끌고 2014년 2월 아파트 지하주차장 청소부로 취업했다. 그러다 두 차례나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끝내 과거 수술받은 이식 혈관이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 중 같은 해 8월 숨졌다.
최씨 측은 국민연금공단이 근로 능력 판정을 잘못 내렸고, 수원시는 공단의 평가 결과만으로 기초수급대상을 정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당시 최씨 건강 상태에 대한 감정 촉탁 결과 등에 미뤄볼 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근로 능력이 없는 망인에 대해 피고 공단이 ‘근로 능력 있음’으로 평가한 것은 위법하고 과실도 있다”며 “망인은 전에 수술받은 이식 혈관 부위가 감염돼 사망에 이르렀는바 피고 공단의 평가 결과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