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50대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 김유진 이병희)는 20일 준강간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모(52)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노씨는 지난해 11월 술에 취한 피해자 여성을 자신의 차로 데려가 성폭행한 이후 이튿날 밤까지 24시간가량 차 안에 그대로 방치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항거가 불가능한 피해자를 성폭행한 준강간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되, 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성폭행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2심에서 중과실치사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그대로 묻지 못하지만 범행을 마친 뒤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방치하고 자신은 잠을 자러 주거지에 들어갔다”며 “피해자가 아침까지도 의식이 없는데 범행이 들통날까 두려워 조치하지 않고 방치한 행위는 형량을 가중할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유족들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