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지화된 울산 산재 모병원, 예타 결과 들여다보니…

입력 2019-12-20 14:25 수정 2019-12-20 19:33
기재부, “(선거 등) 정치 일정 전혀 고려하지 않아”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지난해 울산시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공약으로 제시됐던 ‘울산 산재 모(母)병원’ 건립사업의 백지화 경위를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직전 울산시장이자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섰던 김기현 전 시장은 산업재해에 특화된 산재 모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 송철호 울산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를 2주 정도 앞둔 지난해 5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 산재 모병원은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반면 송 시장의 공공병원 공약은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바뀐 뒤 규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지난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국민일보가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예타 완료사업’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의뢰한 울산 산재 모병원 건립사업의 총 사업비는 1776억원 규모였다.

예타 결과 B/C(경제성 평가)는 0.73, AHP(종합성 평가)는 0.304였다. 비용대비 이익을 나타내는 B/C의 경우, 통상 1.0 이상일 경우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AHP는 수익성뿐 아니라 균형발전 등을 고려한 지표다. 0.5 이상이 되면 B/C가 1.0 이하가 되더라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본다.

검찰은 송병기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송 시장 측과 청와대가 2017년 가을부터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한 논의를 주고받은 단서를 확보하고 세부 경위를 파악 중이다. 아울러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뒤 ‘산재 모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조기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업무수첩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오후 추가 브리핑을 열어 울산 산재 모병원의 예타와 관련, “편익성이 떨어져 사업변경이 잦았던 사업이다. 예타 결과 발표에 있어서는 정치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산재 모병원 건립사업은) 2013년 11월 예비타당성 심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고용노동부와 울산시에서 4차례 사업계획을 변경했고, 상대적으로 시간도 오래 거렸다”고 말했다. 이어 “KDI가 최종 예타 결과를 기재부에 통보한 것은 지난해 5월 23일이고, 이틀 후인 25일 해당 결과를 주무부처인 고용부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예타 결과가 나온 이후 이를 받아 주무부처에 통보한 정상적인 업무과정이었다. 발표시점과 관련해서 (선거 등)정치적 일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